[횡설수설/송평인]대선 후보 경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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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는 1968년 암살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6개 예비선거 중 5개에서 승리를 거뒀다. 캘리포니아 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날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개인 경호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북적이던 주방을 지나 프레스룸으로 가던 중 총격을 받고 다음 날 사망했다. 범인은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품은 팔레스타인 출신 이민자였다. 그의 사망 이후 미 경호실(SS)은 의회로부터 모든 대선 주자를 경호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이회창 이명박 대선 후보에 대한 계란 투척 사례가 있었을 뿐이지만 위협 강도는 커지는 추세다. 2006년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예상된 박근혜 전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도중 ‘커터칼 테러’를 당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특전사 출신 지지자 5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의 경호를 받고 있다. 나머지 주자들은 경호원을 두지 않고 있다.

▷주요 정당의 후보가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결정된다. 공식 후보가 되면 경찰의 직접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선은 특성상 후보가 신변 위협에 많이 노출된다. 후보의 일정은 대부분 공개되고 그 일정도 대개 대중과 접하는 일정이다. 탄핵 이후 보수와 진보 후보 지지층 사이에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김정남 테러에서 보듯 북한이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대선 후보는 통상 대선일부터 120일 이내에서 SS의 경호를 받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의 암살 위협으로 1년 6개월 전부터 경호를 받았다. 우리도 경찰과 대통령경호실의 합동 경호를 시도해볼 때가 됐다. 경호실은 지금 경호해야 할 현직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 있다. 폭발물 검측, 독극물 검식, 도·감청 탐지 등의 장비를 갖춘 최고급 경호 전문 인력을 놀릴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초(秒)치기 대선인데 후보들의 신변 변화가 대선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만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박근혜 커터칼 테러#대선 후보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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