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응력, 韓 25위-日 12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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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경제격차 다시 확대 가능성

휴대전화 부품 중견기업인 A사는 최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다. 부품을 납품받던 중국 거래업체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이후 납품 물량을 갑자기 줄이고 자국 제품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중국의 기술수준이 한국에 거의 근접했다는 걸 체감했다. 그렇다고 일본 제품과 경쟁하기에는 기술력에서 조금 뒤지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처럼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은 중국,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일본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경제, 얼마나 일본을 따라잡았나’라는 보고서는 이런 한국 산업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1980년 한국과 일본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6%와 9.8%로, 양국 간 격차는 9.2%포인트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 비중은 한국 1.9%, 일본 6.3%로 4.4%포인트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하지만 한 겹 벗겨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랐다. 한국은 성장률이 하락하는 반면, 일본은 조금이나마 성장세가 이어져 양국 간의 경제 격차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5% 초반에서 2015년 4%대 후반으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일본은 2%대 후반에서 3%대 후반으로 개선됐다.

더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 대응력도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지난해 139개 국가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별 적응력 순위를 발표했다. 5개 분야에서 평가한 결과, 기술 수준은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수준 등 나머지 부분은 일본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대응력 25위, 일본은 12위로 평가됐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국가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신용등급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점은 바람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부 규모나 외환보유액 수준이 일본에 크게 미치지 못해 국가경제 위기에 닥쳤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말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168억 달러로 한국 3711억 달러에 비해 3.3배 많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한국 경제는 높은 대외의존도로 작은 외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경제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정보기술(IT) 등 기술 강점이 있는 분야들을 적극 육성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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