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이한일]이웃과의 관계는 귀촌 성공의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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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시작과 끝은 토양 관리입니다.”

오늘은 1년 과정인 홍천농업인대학 강의가 있는 날이다. 토양의 중요성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토양공극, 미량원소, 토양수분장력 등등은 어렵다. 생소한 용어들, 전혀 상황이 그려지지 않는 상태 설명. 30여 명의 동기생 중 반은 이해하고 일부는 나와 유사한 것 같다.

작년 귀촌하자마자 농업기술센터를 찾았고 서류전형 면접을 거쳐 겨우 입학한 기초농업 과정이다. 금년에도 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식품 창업교육과 오미자 실용교육 1년 과정을 주 1회씩 강의를 듣고 있다. 작물들 물도 주고, 풀도 뽑고, 벌레도 잡아야 하고, 그리고 주택 관리도 해야 한다. 더군다나 경험도 지식도 없는 나에겐 이웃 농부들보다 2, 3배의 시간이 더 필요한데 일주일에 이틀씩 강의를 들으러 가는 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와 함께 두촌면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있고, 다음 주부터는 마을회관에서 아코디언을 배우러 다닐 계획이다.

내가 정착한 홍천군 내촌면은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다. 농사도 처음이다. 농사는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을 주민의 일원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마을회의에 참석하고 공동작업에도 빠지지 않고 동호회나 단체활동에도 동참하면서 주민들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우리 마을에는 특히 서울 사람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은 원주민들의 텃세가 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인사는커녕 마을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으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서로에게는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큰 장점이 있다. 농사는 농민이 가장 잘 짓는다. 귀농귀촌인은 판로에 큰 도움이 될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를 갖고 있다. 서로 함께한다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회의나 모임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농사만 지으면 수확이 많아지고 수입이 늘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귀촌에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돈은 왜 벌어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10여 일 외국여행을 다녀왔다. 며칠씩 집을 비우면 걱정거리가 생긴다. 다행히 소나 개는 키우지 않지만 닭 4마리가 있다.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세 마리다. 이놈들에게 먹이와 물을 주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2, 3일은 상관없지만 4, 5일 이상이면 걱정이다. 그때마다 고마운 건 이웃들이다.

애완동물은 아니지만 닭들도 볼수록 예쁘다. 암탉 세 마리가 매일 달걀을 두 개씩 낳는다. 토종 달걀 하나와 청란 하나, 3일 집을 비웠다 돌아오면 어김없이 누런색 3개, 푸른색 3개의 달걀이 있다.

지난번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달걀 파동 때에도 우리는 매일 맛있는 유정란을 먹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친지들에게 달걀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친구들은 닭을 40∼50마리 키우라고 성화다. 올 때마다 가마솥에 삼계탕을 끓여 먹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가 먹이를 주던 닭을 어찌 잡나. 그 대신 시장에서 닭을 사 와 삼계탕을 끓여준다. 금년에는 애견 한두 마리를 식구로 맞이할까 한다. 집을 비워도 믿음직한 이웃이 있어 큰 걱정은 없다.

―이한일

※필자(61)는 서울시청 강동구청 송파구청에서 35년간 일하다 강원 홍천으로 이주해 농산물을 서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귀촌#이웃 관계#농사#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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