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우리 고문헌 상당수, 중국 것으로 분류된 채 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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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日서 희귀본 발견’ 성과로 본 국외 한국학 자료 실태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연구팀이 일본 교토대 서고에서 고문서를 조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정우봉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박영민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연구교수.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제공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연구팀이 일본 교토대 서고에서 고문서를 조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정우봉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박영민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연구교수.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제공
“해외에 있는 우리 고문헌 상당수는 소장 기관이 중국의 것으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그런 경우 중국 문헌 서고 전체를 뒤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가 최근 일본 교토대에서 한국학 자료 귀중본을 대규모로 발견하면서 해외 고문헌의 학술적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5년부터 일본, 중국의 대학과 사찰 등에서 20여 차례 우리 고문헌을 조사한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27일 전화 통화에서 “일본 교토대처럼 한국학 자료가 ‘문고’로 따로 정리돼 있는 건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왕실의궤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해외 유물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데 비해 고문헌은 학술적 가치가 큰데도 상대적으로 가려진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 간 한국학 자료 등은 당대에도 중요하다고 분류됐던 것들이어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안 실장은 “필사본이나 초서로 쓰인 고문헌 중 중요한 게 많은데 판독을 못 해 묻혀 있는 것도 적지 않다”고 했다.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가 최근 일본 교토대 서고에서 발견한 동국여지승람. 1502년 왕실에서 내렸다는 내사기(內賜記)가 있고, 전체 50권 가운데 28권이 남아 있어 가치가 크다.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제공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가 최근 일본 교토대 서고에서 발견한 동국여지승람. 1502년 왕실에서 내렸다는 내사기(內賜記)가 있고, 전체 50권 가운데 28권이 남아 있어 가치가 크다.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자료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도서관, 한국서지학회 등은 1991∼2016년 해외 전적 조사를 벌여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서 1만6903종 7만9170책의 목록을 조사했다. 그러나 고문서는 책으로 만들어진 성책본보다 낱장으로 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해외 유물이 알려지면 일부에서 앞뒤 맥락을 따지지 않고 ‘환수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우리 연구팀의 고문헌 등 자료 조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해외 기관이 소장 자료 공개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유물이라고 모두 부정한 경로로 유출된 것도 아니다. 이번에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 가장본(家藏本·다산 집안에 소장된 본) 등이 발견된 교토대 ‘가와이 문고’도 가와이 히로타미 박사(1873∼1918)가 구매하거나 기증받는 방법으로 수집한 자료다.

이런 점에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교토대의 협력은 여러 면에서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팀은 교토대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장고 안에 들어가 자료를 조사, 실측, 촬영했다. 박영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연구팀이 자료 목록 조사에 그치지 않고 초서를 정자로 바꾸는 ‘탈초’를 하고, 해제를 달아 이미지와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일을 꾸준히 한 점을 교토대가 좋게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교토대는 소장 자료에 관한 공동 연구도 하고 있다.

정우봉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장은 “해외 주요 한국학 자료 소장처의 신뢰는 1, 2년 사이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요 한국학 자료를 조사해 공개하는 일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동국여지승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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