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들 “트럼프 개인은 맘에 안 들지만 정책은 긍정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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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44%, 2차대전 이후 최저
개인호감도 43%… 반감은 47%
‘美우선주의’ 정책엔 호응 높아… 언론과 전쟁서도 트럼프 손 들어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는 트럼프 대통령 자체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18∼22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는 44%에 그쳤고 48%는 반감을 나타냈다. WSJ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반감이 지지보다 높은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반감이 지지보다 4%포인트 높아지기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2개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41개월이 각각 걸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감이 지지보다 높아지는 데 겨우 한 달이 걸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47%가 반감, 43%가 호감이라고 답해 여전히 반감이 더 높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별도 조사에선 사정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만 물었을 때는 47%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세 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중에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만 1991년 10월(50%)에 이보다 높은 정책 지지도를 기록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치고는 높은 정책 지지도인 것.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40%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두 달 전(33%)보다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전쟁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언론과 다른 엘리트 계층이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과장하느냐’는 설문에는 53%가 ‘그렇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고 한 45%보다 8%포인트 더 많았다.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냐’는 질문에도 5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언론의 보도가 공정하다’는 답변은 41%였다.

백악관은 이런 여론을 감안한 듯 주류 언론과의 전면전을 이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급기야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최근 대변인실 직원들이 출입 기자들과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백악관 대변인 입회하에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뒤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는 스파이서 대변인이 최근 주재한 대변인실 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색출하기 위한 조치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직원들에게 ‘시그널’ 등 암호화된 스마트폰용 메신저 앱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시그널 등은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지워져 추후 기록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24일 자신이 주재하는 비공식 브리핑에 뉴욕타임스, CNN 등 주류 매체들의 입장을 불허해 논란을 일으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부대변인은 26일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연례행사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명사들이나 기자들과 말하기 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게 아니다. 언론과 정부의 긴장이 만찬날 밤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을 계속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정책#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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