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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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서도 ‘수포자’ 속출… OECD 최근 3년 학업성취도 평가
평균 4점 하락때 한국 30점 급락

‘교육강국 대한민국’의 신화가 스러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교육의 힘에 세계가 주목하고,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1위를 차지해 다른 나라의 탐구 대상이 됐던 우리나라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발표된 PISA 2015의 결과는 역대 최악이다.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전 영역이 역대 최저점으로 떨어졌는데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학의 추락이다. 지난 3년간 OECD 국가들이 평균 4점 하락할 때 한국은 30점이 급락했다. 상위수준 비율은 역대 최소, 하위수준 비율은 최대다.

이 같은 ‘수학 붕괴’에 교육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인다. 수학 수업이 진행되는 일반고 교실에서 열에 아홉이 자거나 딴짓을 하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다.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까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학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학교 교육과 생각하는 힘만으로는 결코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없는 왜곡된 평가구조”를 꼽았다. 교육 당국은 지난 10년간 사교육을 잡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학 교육과정과 학교 수업 수준을 하향화했다. 그러나 학교 시험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 받은 학생은 오히려 점수를 얻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가구의 평균 수학 사교육 참여율은 42.5%로, 소득이 늘수록 참여율이 늘어났으며 소득 간 참여율 격차가 최대 4.3배에 이르렀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지금의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은 완전히 사교육을 받는 금수저만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을 지낸 김정한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교육은 ‘말기 암’에 걸렸다”며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나라가 교육을 포기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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