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허구라도 좋다, 직장인 속이 뻥 뚫린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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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톱 드라마 KBS2 ‘김과장’

첫 회 시청률 7.8%로 시작했던 KBS2 드라마 ‘김과장’이 9회를 넘어서며 17.8%까지 치솟았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나 전개가 없진 않지만 시청자의 속을 뻥 뚫어 공연주는 통쾌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로도스필름 제공
첫 회 시청률 7.8%로 시작했던 KBS2 드라마 ‘김과장’이 9회를 넘어서며 17.8%까지 치솟았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나 전개가 없진 않지만 시청자의 속을 뻥 뚫어 공연주는 통쾌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로도스필름 제공
이토록 극적인 전개가 또 있을까.

드라마를 두고 드라마틱하다니 ‘아재 개그’스럽긴 하다. 그런데 KBS2 ‘김과장’은 이런 수식어가 어울린다. 솔직히 방영 전엔 수목 경쟁작인 SBS ‘사임당 빛의 일기’나 MBC ‘미씽나인’보다 약체로 꼽혔다. 허나 막상 달리기가 시작되니 멀찍이 앞서 나간다. 22일 시청률이 17.8%(닐슨코리아)로 사임당(9.8%)과 실종자(4.1%)를 합쳐도 게임이 안 된다. 내용이나 전개도 그렇다. 조직폭력배의 부정회계를 돕던 사기꾼 김성룡(남궁민)이 우연한 기회에 한탕을 노리며 대기업에 입사한다. 그런데 자꾸 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의인(義人)으로 등극하더니 거대 악과 맞서는 정의의 사도로 바뀐다. 드라마를 넘어 만화에 가까운 ‘오피스 판타지’랄까.

그럼 ‘김과장’이 진짜 직장인 눈엔 어떻게 보일까. 40대 남성으로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 부장’과 금융계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이 대리’에게 드라마 시청을 부탁했다. 둘 다 소시민이라며 가명을 요구했다.

▽김 부장=일단 김 과장의 활극이 속 시원하긴 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제로다. 솔직히 우리 조직이 위계질서가 엄하다. 상사한테 대든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하물며 임원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어? 미치지 않고서야.

▽이 대리=경리부장(김원해)처럼 매사에 벌벌 떨거나 회계부장(김민상)처럼 치사하게 구는 것도 리얼하진 않다. 100% 없다곤 말 못해도, 일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대처한다. 상사 말이면 무조건 ‘오케이’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김 부장=드라마 설정이 극단적인 건 맞다. 허나 본질은 잘 건드렸다. 결국 대기업은 오너나 핵심 간부들 결정대로 간다. 드라마도 결국 대표이사(이일화)가 회장(박영규)에게 맞서 편을 들어주니까 김 과장과 동료들이 싸울 수 있지 않나.

▽이 대리=
진짜 말 안 되는 건 김 과장 입사과정이긴 했다. 그런 스펙으론 아무리 이사 ‘빽’이라도 안 된다. 게다가 사내에서 2번이나 경찰한테 체포되고도 버젓이 회사를 다닌다? 뭐, 김 과장이 엄청 멋있단 건 인정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부장=
진짜 능글능글하니 연기는 차지더라. 근데 만약 우리 부서에 그런 과장이 있었다면 정말 골치 아팠을 것 같다. 말도 안 듣고, 계속 일 벌이고. 대체로 그런 부류는 수습은 고스란히 주위 사람들 몫이다.

▽이 대리=요즘 20, 30대는 회사 일에 그리 목숨 걸진 않는다. 정의를 세우겠노라 흥분하지도 않는다. 물론 출세 지향적 인간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 인생 찾을 ‘기회’만 엿본다. 주위에 회사 몰래 열심히 목공예를 배우는 친구도 있다.

▽김 부장=
그런데도 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더라. 대기발령 떨어진 총무부장(홍성덕)이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며 우는 장면. 술에 취한 경리부장이 ‘딸 졸업하려면 5, 6년은 더 버텨야 해’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짠했다.

▽이 대리=
아마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가겠지? 김 과장이 통쾌하게 악당을 물리치고 근사하게 떠나지 않을까. 사실 회사보단 현 시국에 더 감정이입이 됐다. 누가 영웅인진 모르겠지만, 지들밖에 모르는 추잡한 인간들 누가 확 치워주면 좋겠다.

▽김 부장=
회사건 나라건 결국은 시스템이 문제다. 조직이 원활하고 합리적이면 그런 꼼수도 활극도 통하지 않는다. 진짜 김 과장이 후배라면 소주 한잔하며 다독이고 싶다. 영웅이 되지 말고 동료가 되어달라고. 그게 말처럼 쉬울 진 모르겠지만.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드라마 kbs2 김과장#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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