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키워 보내달라” 대학에 5억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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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대흥알앤티의 청년일자리 창출 새 모델
인제대와 맞춤형 인재양성 협약… 현장체험 머물던 산학협력 탈피
회사에 필요한 구체적 기술교육… 장학생에 입사 서류면제-가산점

‘대흥알앤티 신진인력양성 트랙’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 22일 인제대 제2공학관의 자동제어실험실에서 김흥섭 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오른쪽)의 지도를 받으며 차량의 진동을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인제대 제공
‘대흥알앤티 신진인력양성 트랙’에 참여 중인 학생들이 22일 인제대 제2공학관의 자동제어실험실에서 김흥섭 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오른쪽)의 지도를 받으며 차량의 진동을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인제대 제공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인제대 제2공학관. 이건우 씨(24·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4학년)를 비롯한 학생 3명이 자동차엔진 부품의 성능 측정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인제대 ‘대흥알앤티 신진인력양성 트랙’(이하 트랙)에 선발된 장학생. 경남 김해시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대흥알앤티의 지원으로 매학기 장학금 100만 원을 받는다.

트랙은 김해시 ‘이웃사촌’인 인제대와 대흥알앤티가 지난해 맺은 맞춤형 인재 양성 협약의 산물이다. 5년간 5억3000만 원을 대흥알앤티가 지원하는 대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인제대에서 직접 교육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통상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의 공동연구나 학생이 기업을 방문하는 현장체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트랙 프로그램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대학에 길러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하고 이들을 사실상 채용한다는 게 다르다.

이들 장학생은 회사가 요구하는 수업을 이수하고, 회사와 대학의 공동연구 과제에 참여해야 하며 현장실습도 받아야 한다. 그 대신 대학은 대흥알앤티 재직자의 기술 교육을 돕는다. 지난해 8월에는 직원 40여 명을 상대로 설계경진대회를 열었다. 인제대는 그 결과를 토대로 올해 이들에게 수준별 맞춤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졸업 후 입사 의무는 없지만 이 장학생들은 대흥알앤티 취직을 꿈꾼다. 연매출 4000억 원대의 탄탄한 강소(强小)기업으로 지난해 신입사원 15명 공채에 2500여 명이 몰리는 등 매년 ‘200∼30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연봉과 복지가 만족스러운 수준인 데다 테슬라,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엔진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점도 높은 경쟁률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씨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 기술력을 인정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꼭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제대는 학점과 토익(TOEIC) 점수를 토대로 지난해 3명, 올해 4명을 트랙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뽑았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서류전형을 치르지 않고 면접에서 받는 가산점도 높아 지원만 하면 사실상 대흥알앤티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흥섭 전자IT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을 쌓는 데 열을 올리지만 정작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몰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트랙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입사 전부터 실무자 관점에서 배우는 자세를 갖게 만드는 좋은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정병철 대흥알앤티 연구소장도 “트랙 프로그램은 기업의 요구와 학교의 준비가 매우 구체적인 만큼 서로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흥알앤티가 5억여 원을 선뜻 내놓은 데에는 김해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수 회장의 지역 인재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고 한다.

김해=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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