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부터 살려야제”…2000만원 그물 끊고 선원 7명 구조한 선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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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현진호 김국관 선장.
707현진호 김국관 선장.
“돈이 문제요. 사람부터 살려야제.”

선박에 불이 나 험한 밤바다에 뛰어든 선원들을 살리기 위해 그물을 끊고 구조작업에 나선 29t급 전남 신안선적 707현진호 선장 김국관 씨(49)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4년 11월에도 신안군 소흑산도 해상에서 난파된 어선 선원 10명을 살린 적이 있다. 뱃사람들은 누군가 사고를 당하면 내일처럼 돕는, 육지 사람들이 모르는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3시 10분경 24t급 경남 사천 선적인 뉴영광호는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기 위해 전남 진도군 병풍도 남서쪽 22㎞ 해상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선체에서 불길이 치솟자 선장 이상철 씨(57)는 전남 목포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전화로 구조를 요청했다.

원거리추적감시시스템(CVMS)으로 뉴영광호가 진도 병풍도와 제주 추자도 사이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해경은 뉴영광호에서 3.7㎞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707현진호 김 선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선장은 주저하지 않고 민어, 장대 등을 잡는 그물(2000만 원 상당)을 끊고는 초속 12m가 넘는 강풍과 높이 3m의 파도를 뚫고 뉴영광호를 향해 최대 시속 24㎞로 운항했다.

한편 화재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해경은 뉴영광호 선장 이 씨와 선원 7명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되 하나로 뭉쳐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뭉쳐있어야 구조 선박이 발견하기 쉽고 체온 유지도 잘 된다.

김 선장의 707현진호는 4㎞ 거리를 10분 만에 주파해서는, 한데 뭉쳐있는 707현진호 선원들에게 구명환 4개를 두 번씩 던져 10여 분 만에 무사히 배로 끌어올렸다. 바다에서 올라온 선원들에게 뜨거운 물을 건네고 자신들의 옷을 입혔다.

오전 4시 25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경비함 1509함이 소화포를 쏴 불은 껐지만 뉴영광호는 바다로 가라앉았다.

1509함에 뉴영광호 선원들을 옮겨 보낸 뒤 김 선장은 원래 조업하던 해상으로 돌아갔다. 운 좋게도 끊어버린 그물을, 비록 많이 상했지만, 회수할 수 있었다. 그물에는 센서가 달린 어망전자부이와 야광 반짝이가 설치돼 있지만 강한 조류에 떠내려갈 확률이 높았다.

고향 신안군 가거도에서 25년째 고기를 잡고 있는 김 선장은 “구조가 끝난 뒤에도 다른 어선 3척이 조업을 중단하고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며 “사람들을 구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겸연쩍어 했다. 그는 “그물 파손이나 조업 손실이 대수냐. 사람 생명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선장을 비롯한 뉴영광호 선원 7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거나 심각하지 않은 저체온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생명을 구해준 김 선장이 정말 고맙다”며 “가거도를 찾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경은 김 선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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