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때리기’로 선회하는 문재인 캠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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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경선흥행 도움됐지만 ‘견제론’ 부상
강경파 “우클릭 비판 안할수 없어” 온건파 “우호 유지해 안희정 지지층 흡수”
문재인 “기득권 세력과 타협 안돼” 공세… 안희정 “朴대통령 선한 의지 발언 죄송”
구설 우려 즉문즉답 행사 줄이기로

“택배 왔습니다” 집배원 체험 21일 서울 용산우체국에서 집배원 체험에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주민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택배 왔습니다” 집배원 체험 21일 서울 용산우체국에서 집배원 체험에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주민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긴장하고 있다. 엄살이 아니라 대단히 긴장하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한 본부장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약진에 대한 캠프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한 달 새 여론조사 지지율 20%를 돌파한 안 지사의 급상승에 문 전 대표 측은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안 지사를 강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안 지사 비판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25%를 넘어서면 1위 자리도 위협당할 수 있다”며 “어차피 임박한 후보 간 토론회에서 격돌이 불가피한 만큼 건강한 토론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는 대연정 등 안 지사의 잇따른 ‘우클릭’에 “안 지사가 너무 나가 앞으로 한 배를 탈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안 지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온건파’는 문 전 대표의 취약점인 중도·보수층의 지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당 관계자는 “중도·보수층의 지지 흐름을 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 안 지사로 옮겨 왔는데, 만약 안 지사가 위축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로 다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며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 안 지사를 지지하는 중도·보수층 일부를 흡수하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가능만 하다면 안 지사의 지지율이 딱 지금 수준에서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캠프 내부적으로는 ‘강경파’의 주장으로 무게추가 옮겨 가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 일부가 안 지사 지지 선언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고, 경선에서도 상호 비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도 이날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이날 서울 용산우체국에서 택배 배송 체험을 마친 뒤 “기득권 세력과 적절하게 손잡고 타협하는 방식으로는 (적폐 청산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비문 진영이 중심이 된 당내 개헌파를 향해 “지금 개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탄핵 국면을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정의의 출발은 분노이지만, 완결은 사랑”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 미래인재 콘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의의 출발은 분노이지만, 완결은 사랑”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 미래인재 콘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틀째 논란이 확산되자 안 지사는 이날 “마음 다치고 아파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 혁명과 미래 인재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분의 말씀도 액면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문제 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며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적절치 못했다”고 사과했다. 안 지사는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와 펼친 ‘분노’ 논쟁에 대해 “정의의 출발은 분노다”라며 “그러나 정의를 실천하려 싸우고 그 완결은 사랑으로써 마무리되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 아닐까”라고 말했다.

안희정 캠프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안 지사 측은 출마 선언부터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던 ‘즉문즉답’ 행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본 없이 관객과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던 것에서 우발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캠페인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즉문즉답은 고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체력 소모도 커 앞으로는 정제된 ‘토크콘서트’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전인권 씨는 이날 밤 안 지사가 참석한 ‘문화예술인과의 토크콘서트’에서 안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안희정#문재인#더민주#대선#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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