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측, 트럼프 취임직후 ‘제재 해제방안’ 문건 플린에 전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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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러와 내통 의혹’ 보도
1월말 親러 우크라 의원 등… 트럼프 개인변호사와 접촉
플린 사무실에 문건 전달돼… 트럼프 직접 봤는지는 불분명
민주당 “지금은 수사에 집중할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기 직전에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러시아 측의 계획을 받아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관련 의혹의 ‘몸통’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어서 보도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전후인 지난달 말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의원인 안드리 아르테멘코와 러시아 출신 미국인 사업가 펠릭스 세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등이 뉴욕 맨해튼의 ‘로우스 리전시’ 호텔에서 만났다. 아르테멘코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작성한 러시아 제재 해제 방안을 코언에게 전달했고, 이는 플린 전 보좌관에게까지 전달됐다. 코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세이터가 서류를 아르테멘코에게서 받아 나에게 줬다. 나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이달 초 이 서류를 플린 사무실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 제안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발단이 된 2014년 크림 반도 합병과 관련해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50년에서 길게는 100년간 임대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에 부치는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서를 실제로 봤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토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연방수사국(FBI) 등이 정밀 조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백악관이 러시아에 대한 또 다른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백악관의 도덕성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이 제안서를 백악관에 전달한 우크라이나 아르테멘코 의원은 주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좌관들로부터 (제안서 작성에 대해)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 측의 구미에 맞는 제안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안서 전달에 관여한 세이터, 코언의 이력도 심상치 않다. 세이터는 트럼프와 오랫동안 사업상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 출신 미국인으로, 10여 년 전 마피아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경력이 있다. 코언은 FBI로부터 러시아와의 연관성 의혹을 수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트럼프의 러시아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탄핵론이 더 확산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구체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트럼프에 대한 탄핵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일단 의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확산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정보위원회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간의 개인적, 금융적, 정치적 관계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I(탄핵을 의미하는 Impeachment의 첫 글자) 단어를 쓰기 전에 모든 사실 관련 자료부터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브렌던 보일 하원의원도 “현 시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I’ 단어는 바로 ‘수사(Investigations)’”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러시아#트럼프#내통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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