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아이스크림… 꽃차… ‘먹거리 스타트업’ 모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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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전문 서울먹거리창업센터
2016년 12월 문연 뒤 40개팀 입주… 사무공간 제공-창업 멘토링 지원
선주문 재배-관리시스템 개발 등… 후진적 한국농업의 새 길 개척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식품 스타트업 ‘스윗몬스터’ 박대철 대표(위쪽 사진)와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식품 스타트업 ‘스윗몬스터’ 박대철 대표(위쪽 사진)와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7일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선 짭짤한 건어물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지난해 1월 가락시장 동쪽에 들어선 가락몰은 점포만 1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식료품 시장이다. 하지만 식료품 상점 사이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시장 상인에 비해 훨씬 젊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PC 앞에서 회의를 하고 식재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쪽에 마련된 ‘오픈 키친’에서는 한 여성이 새로운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팝콘아이스크림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박이 난 ‘스윗몬스터’도 이곳의 식구다. “처음에는 시장 특유의 냄새나 분위기를 꺼리는 직원도 있었는데 지내 본 후에는 다들 만족스러워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재료를 구입해 연구해 볼 수 있거든요.” 박대철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유일의 농식품 분야 전문 창업보육기관인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지난해 12월 가락몰에 둥지를 틀었다. 사무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창업에 도움이 될 각종 멘토링도 지원한다.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비롯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팀들로 채워진 다른 창업센터들과 달리 철저히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만 받는다. 그럼에도 개소 두 달여 만에 40개 팀 170여 명이 몰려 입주사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입주 기업 중에는 국내 농업의 후진성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로 뭉친 팀이 많다. 농가용 생산관리 통합 시스템을 개발한 ‘코아피플’도 그중 하나다. 지역 소규모 영농조합이 대부분 작물을 수매할 때 장부를 수기(手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권영삼 대표는 “정부에서 보급한 시스템이 있는데 왜 안 쓰시느냐고 물어보니 다들 어려워서라고 답하더라”라며 “그래서 쓰기 쉬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농사펀드’는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재고 걱정 없는 경작’이라는 농가의 바람을 이어 주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소비자가 미리 돈을 내고 주문하면, 거기 맞춰 농사를 지은 후 수확물을 소비자에게 보내 주는 방식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진열될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비료나 농약을 쳐서 색깔을 내거나 크기를 키울 필요 없이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작물을 거둘 수 있다.

박종범 대표는 “길게는 수개월 뒤 구입할 상품에 대한 비용 지불에 심리적 장벽이 있긴 하지만, 한번 이용해 본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만족도와 편리함 때문에 계속 찾는다”고 설명했다. 거래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분석해 ‘맞춤형 농작물 큐레이션’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색 먹거리를 개발하는 팀들도 있다. ‘꽃을담다’는 꽃을 우려 만드는 ‘꽃차’를 개발한다. 꽃 자체가 비싼 데다 두 번에 걸친 ‘덖음’ 작업을 거쳐야 해 한 잔에 7000∼8000원 정도로 가격이 만만찮다. 하지만 이미 카페 20여 곳과 5성급 호텔 등이 꽃차 상품인 ‘플라워스틱’을 공급받고 있다. 농식품 분야의 스타트업만 모여 있다 보니 협업도 활발하다. 개발 중인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원료는 꽃을담다에서, 제품 개발은 스윗몬스터에서, 유통은 코아피플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을 배달, 결제 등에 편중된 한국 푸드테크(food+technology) 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농식품, 가공품이 이곳에서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먹거리#스타트업#서울먹거리창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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