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대형마트, 이젠 ‘+α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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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삼겹살-1인용 초밥 등 신선식품 ‘차별화’ 경쟁

이마트 본사 축산팀 사무실에서는 2015년 10월부터 두 달가량 삼겹살 굽는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축산팀 바이어는 물론이고 일선 매장 관계자와 일반 주부 40여 명이 이 기간에 서울 성동구 본사에 모여 삼겹살 650인분을 구워댔던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알고 싶었던 것은 ‘최적의 삼겹살 두께’였다.

같은 해 7월 이마트 마켓분석팀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두꺼운 고기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꺼우면서도 익히기 쉽고, 바싹 익혀도 연한 삼겹살을 찾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과제였다.

○ 비싸도 잘 팔리는 ‘칼집 삼겹살’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약 2개월 동안 개발한 ‘칼집 삼겹살’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 제공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약 2개월 동안 개발한 ‘칼집 삼겹살’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 제공

축산팀이 내놓은 해답은 바로 ‘칼집 삼겹살’이었다. 약 2개월간 갖은 시도 끝에 기존 삼겹살(두께 6mm)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13mm로 썰고, 4mm 깊이에 9mm 간격으로 칼집을 냈을 때 가장 맛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께와 간격 등을 밀리미터(mm) 단위로 정확히 맞춰 자르기 위해 육가공업체에서 사용하는 전용 기계를 이마트 미트센터에 들여와 가공 과정을 자동화했다.

칼집 삼겹살은 일반 삼겹살에 비해 100g당 평균 100원가량 비싸다. 그런데도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 약 500t, 9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삼겹살은 본래 매년 매출 신장률이 2∼3% 수준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품목이다. 하지만 칼집 삼겹살 덕분에 지난해 이마트 전체 삼겹살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신장했다.

문주석 돈육바이어는 “신선식품은 원래 100g당 단 10원이라도 가격을 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분야다. 여전히 가격은 중요한 요소지만 맛이나 품질 등 차별화 요소가 있다면 고객들이 이제 어느 정도 가격 차이는 감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최저가’ 대신 ‘차별화’

롯데마트는 ‘1인용 회’와 ‘1인용 초밥’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용 캐리어까지 제작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1인용 회’와 ‘1인용 초밥’ 상품을 내놓으면서 전용 캐리어까지 제작했다. 롯데마트 제공

최근 대형마트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이처럼 아이디어를 더해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을 내놓는 차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은 바로 ‘쉬림프링’이다. 칵테일새우 40∼45마리를 원형으로 포장하고 칠리소스를 함께 넣어 그릇에 옮겨 담을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지난해 여름 선보인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며 10∼12월 3개월 동안 10만 개, 약 15억 원어치가 팔렸다.

대형마트 고객 중 1, 2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에 맞춰 포장을 차별화한 제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롯데마트의 ‘간식용 바나나’는 보통 1송이씩 팔던 바나나를 2개씩 포장한 제품이다.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1개짜리 바나나가 1000원대인 것에 비해 2개에 990원으로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1월 한 달 동안만 2만8000여 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2월 첫선을 보인 1인용 회와 초밥도 올해 1월 매출이 지난해 2월 대비 약 20% 늘어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회는 50g 안팎, 초밥은 2개씩 포장하고 최대 4팩까지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전용 캐리어까지 제작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2, 3년 사이 신선식품의 전반적인 원가는 오른 반면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수요는 줄어들면서 신선식품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대형마트도 이전의 박리다매식 판매에서 벗어나 1인 가구, 홈파티, 캠핑 등 다양한 신선식품 소비 행태에 대응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가격경쟁#신선식품#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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