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사드 보복 철회하라” 공식 요구… 왕이 “中정부 모르는일… 배치 보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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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외교장관 회담서 날선 공방
中관영 매체들 ‘롯데 보복’ 협박… “부지 제공땐 中사업 심각한 영향”

손은 잡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메리엇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윤 장관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서두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외교부 제공
손은 잡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메리엇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윤 장관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서두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외교부 제공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 매화꽃의 코를 찌르는 짙은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중국의 한시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하자”는 것을 강조했지만 지금 한중 관계를 ‘뼈에 사무치는 추위’로 표현할 만큼 실제 회담 분위기는 냉랭했다.

윤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보복 조치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장관이 직접 중국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윤 장관은 “최근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규제 움직임이 경제 문화 인적 교류를 넘어서 순수한 예술분야까지 진행되는 데 강한 우려가 든다”며 “보복 조치 철회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밝힌 세계화와 보호주의 반대 기조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일 북한 미사일 발사가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재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왕 부장 역시 단호하게 맞섰다. 그는 “그(사드 보복) 조치는 중국 정부가 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중국 국민의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고 일단 보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양국의 안전은 다른 한 나라의 안전을 해치는 기초 위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또한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윤 장관은 미소 짓고, 왕 부장은 무표정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18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사드 배치 문제로 팽팽하게 맞선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중국 관영 매체들이 19일 일제히 ‘롯데 때리기’로 포문을 열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경고 메시지가 먹히지 않자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를 정조준하며 “부지를 제공하지 말라”고 공개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롯데가 부지 제공에 동의하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롯데는 중국인들을 해치게 되고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롯데의 옳은 결정은 사드 부지 제공을 거절하거나 미루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드의 실행 가능성을 재검토하도록 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사드 배치를 위한 롯데와 한국 정부 간 토지 교환 협상이 이달 말 마무리될 것이라며 토지 교환이 이뤄지면 사드 배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고 이는 중국의 전략 안전이익에 큰 손실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 신문에 “사드 부지로 선정된 성주골프장 토지 소유권은 롯데에 있으며 롯데는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할 경우 중국 사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이득을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안전이익에 적극적으로 손상을 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인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불어넣어 롯데의 중국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뮌헨=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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