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기면 최악 상황 가정… 혹시 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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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중 9명 ‘인지적 오류’ 빠져… 정도 심하면 스트레스-우울감 커져
82%는 과거 실수 반복해 떠올려


“어떤 일이 생기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합니다.” 직장인 권모 씨(33)는 평소 걱정을 달고 산다. 주위에서는 권 씨를 두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권 씨는 “이런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나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매사에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두고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오류’로 정의한다. 최악의 상황이 일어난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현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지적 오류에 빠진 국민이 10명 중 9명(90.9%)이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 국민의 건강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신적 습관 중 가장 흔한 유형이 인지적 오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생각, 태도, 정서 등을 ‘정신적 습관’으로 정의하고, 그 유형을 6개로 분류한 뒤 12세 이상 1만 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인지적 오류의 세부 유형으로 △파국화(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것) △이분법적 사고(세상을 흑백논리로 바라보는 것) △개인화(모든 현상을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 등이 있다.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습관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스트레스, 우울감을 부추겨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과거 잘못이나 실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정신적 습관(반추)을 가진 사람은 10명 중 8명(82.4%)이었다. 과도하게 걱정하는 습관(걱정)을 가진 사람도 70.8%나 됐다. 이 밖에 △자신을 가치 없다고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60.1% △난관을 마주치면 피하려고 하는 ‘자기도피’ 48.2%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무망’ 47.6% 등이 있다.

이런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은 일반인보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에게 더 두드러졌다. 특히 정신질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자기도피 △무망 등 3개 유형의 정신적 습관을 가진 비율이 더 높았다. 심하면 약물, 알코올 의존증,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인지적 오류#정신적습관#현실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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