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노믹스 핵심 무너져” 허탈… 美우선주의 타깃 경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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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PP 탈퇴]아베 “경제적 의미 다시 이해 구할것”
최악의 경우 ‘美 빠진 TPP’ 발효 검토
트럼프 “日, 미국車 판매 어렵게해”… 엄포 발언에 ‘무역전쟁’ 우려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일본 정·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베노믹스 성장 전략의 핵심이자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생각해 온 TPP의 온전한 발효가 절망적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참의원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PP가 갖는 전략적, 경제적 의의에 대해 차분하게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이날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2월 초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일본은 TPP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말 야당의 반대에도 TPP 법안 통과를 강행했고,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엔 아베 총리가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TPP에 남을 것을 설득하기까지 했다. 특히 일본에 TPP는 단순한 다자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이후 강화되는 한미 경제 협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아베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쌀 시장을 개방키로 하는 등 협정 성사에 다걸기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을 빼면 TPP의 의미가 없고 근본적인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다”(하기우다 고이치 관방 부장관)라고 주장하지만 최악의 경우 미국을 빼고 TPP 협정을 발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3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와 전화회담을 하고 미국이 빠진 TPP라도 조기 발효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PP 무산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의 FTA, 한중일 FTA 등을 가속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를 어렵게 한다”라고 비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내에서는 ‘미국 우선주의’ 무역 기조의 첫 타깃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취임 후 처음 일본을 거론하며 “(자동차 교역이) 공평하지 않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1980년대 미일 무역전쟁 때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기업 고위 간부들을 만나 “일본은 미국 차 판매를 어렵게 하면서 큰 배로 수십만 대를 미국에 수출한다. 이 문제는 협의해야만 한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차는 미국 신차 시장의 40%를 점유하지만 미국 차의 일본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비판 발언 이후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자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나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미국 차에 관세를 전혀 물리지 않는다. 관세 이외의 부분도 차별 취급은 없다”라며 “미국 측에 설명한 뒤 이해를 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판매 일본 차의 75%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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