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40년전 靑서 잠자며 큰 영애 말벗… 지금과 판박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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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사촌 오빠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오빠인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오빠인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최순실은 근혜의 말벗이었어요. 청와대에 들어가서 함께 자기도 하고 바깥심부름을 도맡아 했어요. 그때와 지금이 판박이예요."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오빠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70)의 말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들락거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1970년대에도 비슷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박 총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인 박상희 씨의 아들이자 김종필 전 총리(91)의 처남. 1977년 1월부터 1980년 5월 19일까지 30대 초반의 나이에 제1무임소장관실(국무조정실의 전신)의 정무조정실장을 지내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2012년부터는 보수시민단체인 자유민주실천연합의 총재를 맡고 있다.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최순실이 큰 영애(박 대통령)로부터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 등 지금 드러난 대통령과의 관계는 그때와 똑같다"고 밝혔다.

● "최태민 신경 쓰다 최순실 방치"

약 40년 전 일이었지만 박 총재는 당시 보고 들은 내용을 또렷이 기억했다. 박 총재에 따르면 1979년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최태민 관련 자료'를 그에게 직접 건넸다. 김 전 부장은 "각하께 보고 부탁드린다"며 최태민의 비위 행위를 설명했다. 박 총재는 "당시 김 전 부장이 대통령께 2, 3차례 보고드렸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자 내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언젠가 대통령 앞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자였던 차지철 전 경호실장에게 '왜 경호실이 국정에 개입하느냐'며 언성을 높인 걸 보고 김 전 부장이 나를 실세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총재는 1975년부터 구국선교단과 새마음봉사단을 운영한 최태민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내세워 재벌가 여성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큰 영애는 당시 재벌가 여자들이 최태민한테 수억 원 상당의 돈을 건넨 사실을 몰랐던 거 같다"며 "도리어 모략이라며 조사해 보라고 펄펄 뛰더라"라고 회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없는 걸 얘기했겠냐'며 영애를 혼낸 뒤 청와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최태민은 큰 영애 근처에 얼씬도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형사처벌을 미룬 까닭은 무혐의라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총재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 처리가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최태민의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최태민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20대의 최순실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외부 출입이 제한적이던 큰 영애와 남다른 신뢰를 쌓았다. 박 총재는 박 대통령이 가족을 멀리하게 된 걸 최순실과의 교류 탓으로 봤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1980~1981년에는 박 대통령이 집안사람들과 주로 지냈다"며 "어느 순간 최 씨 집안에 둘러싸여 1년에 한두 번 만날 정도로 우리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박 총재가 최태민의 마지막 모습을 본 것도 1991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10·26 추모 행사에 큰 영애와 함께한 모습이었다.

● 퇴색된 DJ의 '박정희기념관'

박 총재는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이 기념관 건립을 논의한 과거 대화가 공개됐지만 '국정 농단'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최순실 씨 개입 논란이 일었던 기념관 건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총재는 1980년대부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 활동하며 김 전 총리의 곁을 지켰고 1997년 '김대중(DJ)-김종필(JP) 연합'을 이끈 핵심 조연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김 전 대통령이 영남권의 민심을 얻을 방법을 묻길래 '박 전 대통령과 역사적 화해를 보여줘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회고했다.

박 총재는 "1997년 12월 5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생가를 찾은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을 동서화합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약속했는데 그 뜻이 퇴색했다"며 "야당대표들이 김 전 대통령의 동서화합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모습만 보여줘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사촌오빠라는 이유로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이 나올까 그동안 언론 노출을 삼갔다는 박 총재는 탄핵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에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헌정질서와 국정운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죄가 있다면 임기를 마친 뒤 대통령을 처벌하는 방안이 옳지 않을까 한다"며 "대통령의 잘못은 명백해 보이지만 안정적 헌정질서를 위해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마치는 게 옳다고 본다. 김 전 총리도 같은 뜻을 전하셨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최순실#박근혜#최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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