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층 포용… 美 역사상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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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개막]취임사에 담긴 국정 철학
트럼프 美 45대 대통령 취임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대기업 총수가 시무식 연설에서 핵심 사업 구상을 밝히는 듯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주로 이야기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이 처한 도전과 과제, 그리고 이를 헤쳐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그 해법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지난해 대선 의미를 되새기며 미국 사회가 워싱턴 기성 정치의 진정한 변화와 환골탈태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백인 중산층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 모든 계층을 포용하고, 나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트럼프식 어젠다를 취임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미 역사상 최고의 일자리 창출(job creating)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애매모호한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일자리 만들기라는 구체적인 목표에 트럼프 1기의 승부수를 거는 듯했다. 이를 위해 공항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부활을 약속했다. 멕시코 등 접경지역 국경 수비 강화도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동시에 국경 강화에 따른 건설 사업으로 관련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140자 트위터만으로 GM,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아낸 만큼 취임 후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요구 드라이브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아메리카니즘’을 더욱 확고히 천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각종 지역동맹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무역협정은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미 당선인 시절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인 중국에 대해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對中) 압박 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도 이 같은 구도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라는 구호하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미군이 어느 때보다 나약해졌다고 보고 다시 강력한 미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초에 이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하고 나서, 오히려 중국보다도 북핵이 트럼프 취임 후 첫 번째 안보 과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북한과 중국에 닿을 수 있는 ICBM인 미니트맨3 등 모든 핵무기 발사 코드를 넘겨받으면서 세계 최강 군대의 통수권자로서 임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틈틈이 직접 원고를 썼으며 최근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집무실에서 수차례 예행연습을 가졌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개인적으로 진솔하면서도 자신의 국정철학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트럼프주의가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미국인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 글”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부터 ‘엄청난 쇼’를 준비했다고 CNN 등이 전날부터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열린 오찬에서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이 사용하는 펜으로 매우 중요한 문서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행정명령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이민 및 로비 금지 조치에 관한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취임사#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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