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출연 취소 압박한 文, 집권하면 언론탄압 할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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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KBS에서 25일 방송할 예정인 대선 주자와의 좌담회에 출연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문재인 지원단체인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라는 이유로 KBS ‘아침마당’ 출연을 금지당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아침마당’ 제작진은 ‘선거 기간 중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KBS 사장을 국회로 불러 공영성 훼손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혀 ‘KBS판 블랙리스트’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이다.

 2012년 대선 당시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인 송해 씨가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출연 금지를 당하지 않았다는 황 씨의 반박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르면 특정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출연하지 못하도록 할 뿐 오락 등 비(非)시사프로그램에 나가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선거방송 규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KBS 가이드라인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로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가 방송 출연 취소를 압박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자신의 출연을 ‘무기’ 삼아 언론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무현 정부 때 기자실 폐쇄, 공무원 면담취재 봉쇄 등 언론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한 것도 언론을 정부의 2중대쯤으로 여기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언론을 탄압할까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쪽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특검 조사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인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대한 심대한 위반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어주는 ‘톨레랑스(관용)’가 절실한 때다.
#문재인#황교익#아침마당#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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