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미국처럼, 이런 FA제도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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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안맞는 일률 보상규정 때문에 충분히 뛸 수 있는데도 떠밀려 나가
선수 연봉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1등급만 현재 규정 적용은 어떨까

 “자유계약선수(FA) 신청을 안 했다면 이적에 걸림돌은 없었을 거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결국 은퇴해야 했던 용덕한(36·현 NC 코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용덕한처럼 쏠쏠한 백업 포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다면 분명히 원하는 팀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오히려 FA 제도가 선수 이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FA 영입에 따른 보상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FA를 내준 구단은 이 선수가 직전 해에 받았던 연봉의 2배와 보호선수 20인을 제외한 선수 1명 또는 연봉의 3배를 새 구단에서 보상받습니다. 최형우(34) 같은 스타 선수나 그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목표인 백업 포수나 보상 조건이 똑같습니다.

 FA 영입 과정에서 돈보다는 내줄 선수가 더 부담스럽습니다. 1군 엔트리가 27명인데 20명만 보호할 수 있다는 건 FA를 받아들이면 사실상 준주전급 선수를 내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 보니 분명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1.5군급 선수를 FA로 영입하는 걸 꺼리게 됩니다. 자칫 전력 손실을 빚을 수도 있어서죠.

 이렇게 획일적인 제도가 문제라는 건 KBO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FA 등급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선수 등급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저는 한국형 퀄리파잉오퍼(QO·Qualifying Offer)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이 FA 보상을 받으려면 해당 선수에게 반드시 QO를 제시해야 합니다. 구단에서 QO를 제시하지 않은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난다면 원 소속 구단은 아무 보상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구단에서 QO를 남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선수가 QO를 받아들이면 구단과 선수는 메이저리그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이 평균 연봉은 1700만 달러(약 200억 원)나 됩니다. 따라서 구단에서 1700만 달러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선수에게 QO를 제시하면 손해입니다.

 한국형 QO도 일단 구단이 해당 선수에게 1년 계약 연봉을 제시하는 걸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몸값 상위 125명은 평균 6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원석(31)이 두산에서 삼성으로 옮기면서 연평균 6억7500만 원(4년 27억 원)을 받기로 했으니까 6억 원 정도면 기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자기가 연평균 6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거물급 선수는 구단의 제안을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올 겁니다. 이런 선수가 결국 팀을 옮기게 되면 현재 방식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 대신 처음부터 QO를 받지 못한 후보급 선수가 팀을 옮긴 경우에는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두 배만 보상합니다.

 이렇게 한국형 QO가 있었다고 해도 NC에서 지난해 연봉 8500만 원을 받던 용덕한에게 기준 연봉 6억 원을 줄 테니 FA 신청을 1년 늦춰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용덕한 연봉의 두 배인 1억7000만 원을 보상할 테니 그를 좀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는 구단이 최소 한 팀은 나오지 않았을까요?
 
황규인 기자·페이스북 fb.com/bigkini
#fa제도#자유계약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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