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의 SNS 뒤집기] 네티즌의 ‘떡밥’이 된 반기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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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이 트래픽 유발자로 떠올랐다. 귀국 이후 황당한 'NG 컷'이 여럿 번 포착되면서부터였다. 반 전 총장의 본심을 떠나 장면 자체만 놓고 보면 '이불 킥'을 하고도 남을 순간들이다.

그 덕(?)에 반 전 총장은 현재 온라인에서 클릭을 부르는 1순위 '떡밥'이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희화화된 반기문이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그는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온라인 검증대 위에 올라 지금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당일부터 저격당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데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민생행보 차원이었으리라. 하지만 발권기에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동시에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찰칵, 그의 첫 번째 희화화 '짤'이 탄생했다.

"서민체험하려다가 대중교통 한번 이용해보지 않은 게 다 드러났네."

그를 비꼬는 댓글이 쏟아졌다. 공항 편의점에서 프랑스산 생수를 집었다가 보좌관의 만류로 국산 생수로 바꿔 사는 장면, 취재진 200명을 포함해 500여 명이 동반된 그의 열차 행렬 탓에 시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글귀가 추가돼 온라인에 확산된다.

귀국 이틀째인 14일에도 그는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이 다녀갔던 곳이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그에겐 의미 있는 방문지였을 터이다. 계획대로 됐다면 그는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봉사활동을 마친 뒤, 본인은 의지를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민심도 챙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플래시가 터졌다. 침상에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는 장면에서다. 반 전 총장의 표정은 한 없이 사려 깊어 보인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에게 있어야 할 턱받이(이후 꽃동네 측에서 앞치마라 주장)가 반 전 총장의 목에 둘러져 있었다. 누워있는 할머니의 몸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이를 본 네티즌은 반 전 총장에게 비수를 날린다. "반기문의 노인학대" "죽이 뜨겁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나."

꽃동네측은 "이곳에 근무하는 모든 봉사자들이 앞치마(턱받이)를 착용한다. (할머니)사진은 하이 앵글로 찍혀서 다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누워있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세워져 있는 자세"라고 해명했지만 온라인 민심은 '억지해명'이라 단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버리기로 한 것 같다.

이후에도 '희화화된 반기문'이란 떡밥은 온라인에 쏟아졌다. △마스크 쓰지 않은 방역 △퇴주잔 원샷 △사람 사는 '사회'(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문구인 '사람 사는 세상'을 잘못 표기) 등등. 귀국 이후 반 전 총장은 자고나면 구설수에 휘말리는 '1일 1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반 전 총장측은 "악의적인 편집"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간과한 부분도 있다.

연출을 싫어하는 디지털 세대는 귀신같이 '○○척'하는 장면을 잘 포착해낸다. 찍고 편집하고 공유하기가 이 세대의 일상이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에 한번에 사진 여러 장을 올리고 설명글을 덧붙이면서, 타깃으로 정한 대상의 진심을 추적하는데 도가 텄다. 즉 반 총장은 어설프지를 말든가, 진심이라 믿게 할 맥락(스토리)을 만들었어야 했다.

사실 반 전 총장의 'NG 컷'은 그가 과거 신문지면 '1면용 사진'이란 틀 안에 갇혀 대권행보를 이어가다 벌어진 일들이라 생각한다. 딱 한 장면, 보여주고 싶은 그 순간만 생각하다 실
김재형 기자

김재형 기자
수를 연발했을 것이다. 맥락을 담지 않으면 '서민 코스프레'라는 디지털 비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퇴근길 동네 슈퍼에 들러 자연스럽게 장을 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길거리 현금인출기 앞에서 시민들과 섞여 돈을 찾던 마이클 대니얼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 딸과 함께 반값 세일하는 시간에 피자집 앞에 줄 서 있던 귀드니 요하네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한 컷이 반 전 총장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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