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위, 공직배제 인사 블랙리스트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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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D-2]WP “대선 때 反트럼프 선언했던 외교안보 전문가 172명 포함”
인수위측, 존재 여부 질문에 침묵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문화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국내에서 화제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에도 이 같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공화당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트럼프 인수위가 자신들을 포함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16일 이같이 보도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지난해 3월 ‘워 온 더 록스’라는 안보전문 사이트를 통해 반(反)트럼프를 선언한 122명과 지난해 8월 트럼프 반대 공개서한에 서명한 50명이라고 WP는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피터 피버는 WP 인터뷰에서 “대선 때 그런 서한에 서명한 것은 ‘트럼프가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선 후엔 ‘그때 서명한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어 새 행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역시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핵심 고위 관료는 지난주 트럼프 인수위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개최한 대책 회의에 자신의 전직 보좌관들이 초대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직 고위 관료는 WP에 “생각해 보니 내가 트럼프를 반대한 그 서한에 서명한 게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트럼프 인수위 내부에 나처럼 ‘적’으로 분류된 인사의 명단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인사로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톰 리지와 마이클 처토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칼라 힐스, 로버트 졸릭 등이 있다. 미 행정부 정보 수장인 국가정보국 초대 국장을 지낸 존 네그로폰테도 포함됐다. 트럼프 인수위는 이 같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WP는 밝혔다.

 일각에선 대선 때 트럼프를 집중 성토한 인사들이 이제 와서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처토프 전 장관 등 50명은 지난해 서한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근본적 이익, 복잡다기한 외교적 과제, 필수불가결한 동맹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적을 이롭게 하고 이상한 행동으로 동맹과 친구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 내정자는 10일 미국평화재단 세미나에서 “워싱턴의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고 돕지 않았던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는 이겼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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