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형편없는 프로그램”…SNL과의 전쟁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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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방송 대표 정치풍자 코미디 SNL의 트럼프 조롱과 비판 수위 갈수록 높아지고
트럼프는 트위터로 "재미도 없고, 출연진도 끔찍한 최악의 프로그램" 맹비난
14일 방영분에선 트럼프의 러시아 섹스비디오 의혹 등을 노골적으로 풍자
일부 언론들, "트럼프는 왜 욕하면서도 계속 보느냐"고 꼬집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TV 프로그램'이 NBC 방송의 유명 정치풍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14일 SNL 방영분에 대한 혹평을 올렸다. 그는 "NBC 뉴스도 형편없지만 SNL은 NBC의 최악(프로그램)이다. 재미도 없고 출연진도 끔찍하다. 항상 (나를 겨냥한 정치적) 암살(hit job) 뿐이다. 정말 형편없는 TV다"라고 비난했다.

SNL은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심기를 뒤틀리게 할 만큼 그의 첫 공식 기자회견과 러시아 호텔에서의 섹스 비디오 의혹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트럼프 당선인 역할을 맡은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해킹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 달라"는 기자의 반복 되는 요청을 받고서야 "해킹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억지로 말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한 배우가 상체를 드러낸 채 이른바 '섹스 테이프'를 들고 "정말 해킹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확신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볼드윈은 크게 당황하며 "아니다. 중국이다. 캐나다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신랄하게 비판한 여배우인) 메일 스트리프인가"라며 횡설수설하다가 "기자회견을 마치겠다"고 선언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변태적 성행위가 담긴 섹스 테이프 때문에 러시아에 약점이 잡혔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안 없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협법안·Affordable Care Act·ACA) 폐기 주장도 조롱거리가 됐다.

"오바마케어(ACA)를 폐기한다고 하면서 왜 대책을 내놓지 않나요."(기자)

"오바마케어는 그야말로 재앙이죠. 내게 대안이 있다. 이번 주에 읽어 봤는데 대단하다. '어포더블 케어 액트'(ACA)라고 부른다"(볼드윈)

"그게 오바마케어에요. 20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오바마케어가 대안 없이 폐지되면 사람(환자)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기자)

"내가 (며칠 뒤면) 대통령이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 모두 다 죽을 수 있어요. 다음 질문요"(볼드윈)

트럼프 당선인의 SNL 비판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12월 초에도 "SNL은 완전히 편향되고 재미도 없다. 도저히 시청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이에 볼드윈은 "트럼프가 (의혹의) 세금 환급 내용을 공개하면 더 이상 그를 풍자하지 않겠다"고 맞대응했고. 일부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도저히 못 볼 수준이면 안 보면 되는데, 왜 자꾸 보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와 SNL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경쟁이 치열했던 2015년 11월 트럼프 당선인은 SNL에 출연했고 방송 직후 "(내가 출연한) 이번 SNL (방청)티켓은 이 대단한 쇼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고 자랑했다. 다음 날에도 "어젯밤 매우 즐거웠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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