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리핀서 납치된 50대 한국인 사업가, 현직 경찰에 살해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11시 32분


코멘트

몸값 노린 범행 … 피랍 당일 살해한 뒤 시신은 소각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사업가 지 모(53) 씨가 피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18일 마닐라 인근 앙헬레스 자택에서 납치됐던 지 씨가 납치 당일 목이 졸려 살해됐다는 공범의 증언을 16일 필리핀 경찰이 확보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리키 이사벨이라는 이름의 필리핀 현직 경찰(경사)이 주범으로 이사벨은 공범과 함께 지 씨를 납치 당일 살해했으며 시신은 전직 경찰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소각해 증거인멸도 시도했다.

지 씨 부인은 경비실 CCTV 등을 통해 납치 정황을 확인한 뒤 19일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이날 주필리핀 한국대사관도 사건을 인지했다. 범인들은 같은 달 30일 지 씨 부인에게 연락해 몸값 800만 페소(1억9300여만 원)를 요구해 이튿날 500만 페소(1억2천여만 원)를 현찰로 받았다.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협박에 위축된 부인은 경찰과 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후 대사관은 안전을 고려해 피랍자 가족을 인근 안전가옥으로 옮겼으며 필리핀 경찰청 차장, 내무부 차관, 외교부장관 등을 잇달아 접촉해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현재 이사벨은 제한적 구금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담당 검사 기피 신청을 통해 수사 지연 작전을 쓰고 있는 상태다.

현지에서 사업가로 평판이 좋던 지 씨는 이사벨과 알고 지내던 사이로 피랍 당일 마약 수사를 사칭한 이사벨과 공범의 협박을 받고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5일 전 공범 일행이 사전답사를 한 정황과 피랍 후 지 씨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필리핀 당국은 특별검사를 지정해 이 사건의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한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17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 씨 사망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