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자본주의에 맞선 참된 리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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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싸울 기회/엘리자베스 워런 지음/박산호 옮김·548쪽/2만2000원·에쎄

※지난 일주일 동안 391편의 독자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이 책의 첫 쪽을 읽는 순간 다른 일들을 팽개쳐 두고 책에 매달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결국 그러고 말았다. 꽤 많은 분량이지만 저자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뛰어난 글 솜씨에 힘입어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에피소드가 생생히 살아나 어렵지 않게 읽어내게 된다. 글의 속도감이 상당한데 자신의 이야기로 줄달음치다가도 가족 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계산도 잘 해냈다. 책은 보통 사람의 자립기이자, 국민의 부를 착취해 가진 자들에게 몰아주는 자본주의의 불의와 부정에 맞서 싸우는 참된 리더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낸 워런은 두려움이란 낱말을 종종 사용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아빠와 나는 둘 다 가난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등이 그렇다. 이런 고백을 통해 워런은 자신이 교수이고 상원의원이기 이전에 보통 사람임을 알린다.

 예순이 넘어 정치인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후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박사 학위가 2개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아이 엄마, 토요일 밤 11시까지 일하면서도 자신에게 후원금을 보내주는 대학생, 함께 싸워줄 사람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아버지 등이 그렇다. 자신이 나서서 지켜주어야 할 대상임을 워런은 잘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금과 각종 이자와 수수료의 주 수탈 대상이 하위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착취당하고 결국 파산 신청에 몰리는 미국인 역시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층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서는 미국의 파산법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집단(가진 자들의 편에 선)의 로비와 없는 사람들을 더 털어내려는 그들의 선전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 파산법을 악용한 금융기관들의 악랄한 행위, 그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행태를 읽노라면 화가 치민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패배 후 열린 민주당 모임에서 워런의 연설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더욱 진보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먼 타국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의 싸움에 박수를 보내면서 다음 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 승리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은 특히 여성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페미니즘 시각을 접할 수도 있다. 내가 다 읽은 책은 지금 딸아이가 읽고 있다.

장재훈 서울 성동구 홍익동
#싸울 기회#엘리자베스 워런#자본주의#힐러리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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