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부터 사망 〉출생… 생산가능인구 50년 뒤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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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인구절벽]통계청 ‘2015∼2065년 인구추계’ 발표

 2065년 A백화점은 노인용품 전문매장으로 단장했다. 고령층을 공략해 10년 전보다 70% 이상 줄어든 매출을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서다. 2016년 31곳이나 됐던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의 절반 이상은 폐교해 노인복지관으로 바뀌었다.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보다 갑절 이상 많은 예산을 고갈된 국민연금을 메우기 위해 쓴다. 얼마 전 고민 끝에 연금 지급액을 20%씩 깎기로 결정했지만 이에 반발하는 노인들이 주말마다 시위에 나서 도심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모습이 50년 뒤 한국의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이 8일 내놓은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는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급변할 한국의 인구 지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00년 뒤 남한의 인구 규모는 지금의 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50년 뒤에는 일터에 나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을 타개하고 이민을 받아들이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은커녕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 2031년부터 인구 감소 본격화

 통계청의 인구 추계 시나리오(중간 수준의 출산율 및 기대수명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31년(5296만 명)을 정점으로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3만 명이던 출생아 수와 28만 명이던 사망자 수는 2029년부터 상황이 뒤바뀐다. 2029년 사망자(41만3000명)가 출생자(41만2000명)보다 많아지고, 2065년이 되면 사망자 수(74만 명)가 출생아 수(26만 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경제 활동을 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763만 명을 정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65년 2062만 명, 2115년 1243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얼마 안 되는 경제활동인구가 예전보다 더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유소년 인구를 가리키는 총부양비는 지난해 36.2명에서 2035년에 66.8명, 2065년에는 108.7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성인 3명이 노인·유소년 1명만 부양하면 되지만 50년 뒤에는 부양받을 사람이 생산가능인구보다 오히려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현재 한국의 총부양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지만 2065년에는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습은 연령대별 인구를 그래픽 형태로 표현하는 ‘인구 피라미드’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1965년 정삼각형에 가까웠던 인구 피라미드는 지난해에 가운데가 불룩한 항아리형으로 변했다. 2065년에는 윗부분이 가장 두껍고 밑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역삼각형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당장 일선 학교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892만 명인 6∼21세 학령인구는 2035년 655만 명, 2065년 459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275만 명이었던 대학생 연령대 인구(18∼21세)는 2025년 181만 명으로 94만 명 감소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대대적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고교생 인구(15∼17세)도 지난해 187만 명에서 2025년 136만 명, 2035년 121만 명으로 줄어 상당수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 ‘국가 붕괴’ 위협하는 인구 감소


 인구 감소는 향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현장에서 일할 노동력과 돈을 쓸 소비자가 동시에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내수 위축→생산 감소→경기 침체→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 한국 경제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현재 3% 안팎에서 2026년 이후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가동해도 일할 사람 자체가 줄어들면 경제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인구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총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은 정부 안에 인구 문제만 담당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1.43명이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1.8명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한국 경제의 퇴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는 단순한 집값 하락이 아닌 도시의 공동화와 쇠퇴를 가져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인구 감소는 장기 침체의 가장 명확한 요인인 만큼 정부가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국민 인식과 저출산·고령화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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