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최룡해 등 36명 포함… 정부, 독자 대북제재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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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심측근 겨냥 금융제재… 中기업인도 처음 포함
정부, 독자 대북 제재 발표
김여정은 최종 결정 과정서 빠져
고려항공도 제재… 실효성은 의문, 中 “한-미-일 독자제재에 반대”

 《 정부는 2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기남 최룡해 당비서 등 정권 핵심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도 이날 총련 간부의 재입국과 북한 기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와 연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는 국제 공조의 일환이다. 》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가 2일 발표됐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통일부, 기획재정부, 법무부와 공동으로 △금융 제재 대상 확대 △해운 통제 강화 △수출입 통제 강화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 △출입국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한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2321호와 연계해 대북 압박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올해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채택됐을 때도 유사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금융 제재 대상에는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군부 핵심과 김기남 최룡해 노동당 비서, 마샤오훙(馬曉紅) 중국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공사 대표 등 개인 36명이 추가됐다. 단체는 조선노동당, 국무위원회 등 핵심 조직과 봉화병원(사치품 수입), 강봉무역(석탄 수출) 등 35곳이다. 이로써 제재 대상은 개인 79명, 단체 69개로 늘었다. 중국인이 제재 대상이 되는 건 처음이며 외교 채널로 사전에 중국에 통보됐다. 이들은 외환·금융 거래 금지 및 국내 자산 동결 대상이지만 실제 거래가 없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북 독자 제재 움직임에 즉각 반대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틀 이외에 한 국가에 대해 독자로 제재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더욱이 독자 제재를 핑계로 중국의 정당한 합법적인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폐막식에 왔던 황병서, 최룡해, 김기남과 3월 제재 대상에 이미 오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남북 대화 때 북한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한때 남북 직항로로 북한 대표단을 태우고 오갔던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이 됐다. 이 실장은 “(대화 재개 가능성으로) 필요할 경우 국제관례를 감안해 (제재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을 끌었던 김여정(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은 최종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협력 혐의를 받았던 제3국 관계자 2명도 삭제됐다. 김여정이 이끌고 있는 선전선동부는 제재 대상 단체에 포함됐다.

 해운 통제는 종래 ‘과거 6개월 동안’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은 국내 입항을 금지했던 것에서 ‘과거 1년’으로 기간이 2배로 늘었다. 국내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외국인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분야에 협력한 혐의가 드러나면 재입국이 금지된다. 금융 제재 대상 외국인도 입국할 수 없다.

 또 정부는 북한의 제2 외화 수입원인 임가공 의류가 중국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무단 반입되지 않도록 국내 의류 수입 업계를 상대로 계도하기로 했다. 북한의 의류 수출액은 지난해 8억 달러(약 9380억 원)로 재작년보다 7.9%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32.2%로 무연탄(4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다른 물품도 위장 반입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 대상 품목을 기존 농수산물 22개에서 유엔 제재 대상 광물 11개를 추가해 33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 잠수함 분야 맞춤형 감시 대상 품목도 작성해 발표하고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 소식통은 “대북 제재의 권한은 유엔 안보리만 갖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독자 제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조숭호 shcho@donga.com·이유종 기자
#황병서#최룡해#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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