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건혁]몸집만 키우는 증권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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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이건혁 경제부 기자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30년간 ‘대우증권 배지’를 달고 살았다. 사내 최고참 ‘대우맨’이자 증권업계 대선배인 그는 사장에 오르고서도 소탈한 모습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섰고 따르는 후배가 적지 않았다.

 그가 최근 사의를 밝히자 업계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12월 30일로 예정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구 KDB대우증권)의 합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홍 사장을 중용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가 새 주인을 찾고 지배구조를 갖춰 가는 상황에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홍 사장이 거취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합병(M&A)은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홍 사장이 이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가 홍 회장의 퇴진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겨울을 앞둔 여의도 증권가에 감원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불안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수년째 이어진 대형 증권사들의 M&A 여파로 증권업계는 희망퇴직이나 신규 채용 감소 등의 여진을 겪고 있다. 증권사는 몸집을 키우지만, 직원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현재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6곳이다. 증권가에서 대형 증권사 바람이 불기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이런 조건을 만족시킨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인력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올해 6월 말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을 다 합친 투자업계 종사자는 4만4979명이다. 2013년 5만 명 선이 무너진 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 현재 진행 중인 NH투자증권의 희망퇴직,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과정에서 잠재적 이탈자까지 감안하면 종사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증권사들이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다. 수익이 감소하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온라인 주식거래 등이 늘면서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 또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력과 자본이 핵심 경쟁력인 증권사의 종사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종사자 수가 감소하면 인재풀이 쪼그라들고 좋은 인재가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불안한 고용 환경이 지속되면 우수 인재 유치도 어렵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는 실력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정보기술(IT)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고 IT 기술 인력을 대대적으로 영입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금융투자협회#증권업계#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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