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때리고, 자기사업 챙기고… 트럼프, 대선 포기모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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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이길수 있는 선거였는데 제대로 지원 안해줘 지지자들 분노”
트럼프측 “클린턴 공작원” 원색비난… 패색 짙어지자 黨지도부에 ‘총질’

 다음 달 8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패색이 짙어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가 당내 권력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사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희생양 만들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트럼프 진영이 라이언 의장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선거에서 질 경우 핵심 원인은 라이언 의장’이라는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100% 이길 수 있는 선거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는 당의 리더십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라이언 의장을 겨냥했다. 보수 성향의 숀 해니티 폭스뉴스 라디오 진행자는 라이언 의장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공작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 최고책임자인 스티븐 배넌이 대표로 활동했던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는 최근 ‘나(라이언)는 그녀(클린턴) 편이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라이언 의장과 클린턴 후보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며 라이언을 공격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된 이달 초 “역겹다. 더 이상 트럼프를 방어하지도 지원 유세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대선은 포기하고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해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라이언 의장은 공화당 경선에서도 트럼프에게 부정적이었다. 또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정된 후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진영에서 라이언 희생양 만들기가 노골화하면서 공화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후 당 전체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공화당 내 분열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싸울 상대는 라이언이 아닌 클린턴”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원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도 호평을 받아 잠재적인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라이언 의장이 이미지에 상처를 입는 것은 당 차원의 손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100석 가운데 34석이 걸린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해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라이언 의장의 리더십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라이언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며 라이언과 20년째 친구로 지내온 찰리 사이크스는 FT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은 태풍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트럼프의 성향상)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라이언 의장은 확실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선거 후를 염두에 두며 자신의 사업 챙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25일 플로리다 주 유세 도중 짬을 내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인 ‘트럼프내셔널도럴’에 들렀다. 26일에는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의 개관식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마이애미에선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는 보스인지를 보여주려는 듯 동행한 기자 20여 명 앞에서 직원들에게 “여기서 트럼프와 일하는 게 어떤지 누가 한마디해 볼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호텔 개관식에선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 도심 빈민가와 가난한 학교를 재생하는 국가 계획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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