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영상미 굿… ‘너무 산뜻한’ 결말 아쉬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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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스페셜 ‘평양까지 이만원’

대리운전 회사 ‘평양까지 이만원’에서 일하는 영정 (위에서 오른쪽)은 신학교를 관둔 뒤 삶의 목표를 잃고 부유하듯 살아간다. KBS 제공
대리운전 회사 ‘평양까지 이만원’에서 일하는 영정 (위에서 오른쪽)은 신학교를 관둔 뒤 삶의 목표를 잃고 부유하듯 살아간다. KBS 제공
 속았다. 제목만 보고선 새터민이나 북한 얘길 줄 알았다. 뭐, 물론 약간씩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긴 하나 큰 상관은 없다. 23일 방영한 KBS 드라마스페셜 ‘평양까지 이만원’은 지난한 삶의 존재 이유를 다루는 작품이다.

 대리기사 영정(한주완)은 사제의 길을 걷다 박차고 나와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는 청년. 술에 취해 “평양에 가달라”는 어르신을 모셔다 드린 뒤 귀가하다 형제처럼 지내던 차준영 신부(김영재)와 마주한다. 포장마차에서 함께 회포를 풀다 차 신부는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에 당황하며 급히 자리를 뜬다. 황당해하며 홀로 술을 마시던 영정 옆에 어디선가 소원(미람)이란 젊은 여성이 나타나 합석하는데….

  ‘평양까지…’는 제목에 속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드는 드라마다. 단막극답게 짜임새가 좋고, 장면 장면도 유려하다. 뭣보다 장편으론 다루기 힘든 이런 소재를 TV드라마로 즐길 수 있다니. 인간은 어떤 옷을 걸쳤어도 본질적으로 이성과 본성을 함께 지닌 존재. 그로 인해 외재적 내재적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 물론 이 작품이 그 해답을 찾아주진 못하지만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쉬움도 있다. 이런 무게의 소재였다면 작품이 한 톤쯤 더 무채색에 가까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따뜻한 결론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뜻했다’고나 할까. 단막극 특유의 연극적 대사도 조금만 버렸더라면 싶다. 현재 국내 유일의 단막극인 KBS 드라마스페셜(10회 예정)은 5화 ‘평양까지…’로 딱 반을 채웠다. 지난 회 시청률은 2.2%(닐슨코리아). 허나 수치론 드러나지 않는 팬이 많다는 걸 기억해주길. 남은 후반전도 응원을 보낸다.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드라마 스폐셜#평양까지 이만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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