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금융지주법 통과땐 삼성생명 통해 ‘전자’ 지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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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시대 개막]삼성그룹 지배구조 과제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3년여간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구조 재편을 이어왔다. 재계는 올해 안에 ‘이재용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뒤 내년에는 남은 계열사 정비의 숙제를 풀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를 비롯해 삼성전자 지분을 50% 넘게 갖고 있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 분할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삼성전자로선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삼성전자는 27일 3분기(7∼9월)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모든 사항에 대해 이사회와 경영진이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주주 환원을 포함한 전반적 제안들에 대해 11월 안에 방향을 정리해서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삼성 계열사 정비 작업의 마무리는 삼성생명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생명을 언제든 금융지주사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작업을 해왔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우선 금융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하고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사들여 지분을 71.86%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 지분 98.73%도 보유하고 있다. 이달 24일에는 삼성화재로부터 삼성증권 주식 8.02%를 사들여 지분을 19.16%로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 주주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9월 한 달간 장내에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팔아 지분을 7.3%에서 6.59%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다. 2대 주주인 삼성물산(4.2%)이 1.6%를 사들여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 되지만 매입금액이 3조 원 가까이 돼 삼성물산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안이 발의돼 통과되면 삼성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둘 수 있고 그럴 경우 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가량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여유가 생긴다. 삼성물산 개인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도 당분간은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문제가 해결된 뒤엔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해 이 중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켜 새로운 합병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올여름부터 추진해 온 삼성SDS 물류사업을 분사시켜 삼성물산에 넘기는 시나리오 등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정국이 불안하고, 내년 대통령 선거 등도 있어 중간금융지주사법안의 발의 및 국회 통과에 변수가 워낙 많다.

 만약 중간금융지주제도 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한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지배하고, 삼성전자 투자회사가 다시 자사주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의 수직계열화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비금융 계열사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제일기획 주식 전량(1453만9350주)을 시간외 대량매매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는 2675억 원이다. 취득 후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보유 지분은 종전 12.60%에서 25.24%로 늘어난다. 삼성물산은 “자금 수지 개선 및 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매각”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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