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일에 ‘121228 청와대회동’-정부개편안 평가 자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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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국정개입 어디까지]최순실 PC파일 목록 분석해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는 대통령 연설문에만 손을 댔을까. 25일 일명 ‘최순실 파일’의 파일명 분석과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최 씨가 국정 운영을 일일이 훑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 국정 운영 얼마나 들여다봤나?

  ‘최순실 파일’의 파일명 ‘정부조직개편안 평가’, ‘고용복지-업무보고-참고자료’, ‘가계부채―B’ 등은 각각 행정, 복지, 경제 관련 국정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 ‘121228 청와대회동’ 같은 파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최 씨가 파악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방 기밀이나 경제 정책 내용을 담은 자료도 최 씨는 볼 수 있었다. JTBC는 이날 최 씨가 2012년 대선 직후인 12월 28일 이명박(MB)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독대 시나리오도 사전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 기밀, 경제 정책 내용 등을 다룬 비공개 단독 회동은 같은 날 오후 3시에 시작됐다. 그러나 최 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58분에 시나리오를 미리 봤다는 것. 이 시나리오에는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고 JTBC는 보도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남북 물밑 접촉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을 민간인이 본 것이다. 또 다른 언론은 “최 씨가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고, 모임 주제의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었다”는 증언까지 보도했다.

 외교적 마찰을 부를 수도 있는 대외비 외교문서도 ‘최순실 파일’에 포함됐다.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파일은 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단을 만나서 할 대화의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처럼 박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 원수와 대화를 나눈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

 파일 목록에는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선임 관련’, ‘역대 경호처장 현황’, ‘홍보 SNS 본부 운영안’ 등 인수위원회 및 청와대 인사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JTBC에 따르면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을 최 씨가 받은 건 2012년 12월 29일이었다. 이 문건에 있는 변추석 본부장은 2013년 1월 4일 실제 대통령직인수위 홍보팀장으로 임명됐다. ‘역대 경호처장 현황’ 문건은 청와대 경호처장 현황과 군인, 경찰, 경호처 출신들의 장단점과 후보군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TV조선은 최 씨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나온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2014년 6월까지 재직한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이중희 민정비서관, 김종필 법무비서관의 사진과 프로필이 들어 있으며, 홍 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감사위원이 추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곽 감사위원은 실제 임명되지는 않았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를 하는 민정수석실 문건을 ‘최측근’이 자유롭게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TV조선은 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인사청탁 e메일을 최 씨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차관은 늦은 밤 수시로 최 씨를 만나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현안과 인사 문제를 보고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김 차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 대통령 이미지까지 관리?

  ‘우표시안’ ‘우표제안’ ‘나만의 우표 사진교체’ 등 우표 제작을 위해 필요한 파일도 나왔다. 2013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발행된 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제작 관련 파일로 추정된다. 최 씨가 기념우표 제작에도 관여했을 수 있다. ‘오방낭’이라는 파일도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카퍼레이드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해서는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했다. 이 나뭇가지에 달린 장식이 오방낭으로 청·황·적·백·흑 오색 비단을 모아 만든 주머니를 뜻한다. 당시 취임식 준비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취임식을 준비한 기획사 측에서 애초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대형 오방낭을 씌우자고 제안했지만 문화재청에서 난색을 보여 결국 무산됐다고 전했다.

○ 파일만 받았을까?

 한 언론은 이날 미르재단 전 측근의 말을 인용해 “거의 매일 밤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이 최 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자료를 들고 왔다”며 “이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3인방’ 중 한 명인 정 비서관이 최 씨에게도 ‘서면보고’를 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14년 7월 국회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밤마다 청와대 서류를 보자기에 싸서 나온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고 질의한 적이 있고, 이 비서관은 “하다 만 서류라든지 집에 가서 보기 위한 자료들을 가지고 가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의 의견 교환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했다. 최 씨의 PC엔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한 2014년 3월까지의 파일이 보관돼 있었다. 2014년 3월은 박관천 전 경정의 청와대 자료 유출 의혹이 내부적으로 본격화되던 시점이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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