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악화 비상걸린 새누리 “대통령이 최순실 문제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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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左순실 右병우 말 나돌아” 비박 ‘대통령 결단’ 요구수위 높여
“우병우 사퇴 건의했다”던 이정현, 하루만에 “문제점 지적” 수위 낮춰
당내 “지도부 중심 못잡고 오락가락”

 “대통령의 ‘좌순실, 우병우’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김영우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최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최근 “빨리 털어야 한다. 국민적 의혹을 그냥 덮으려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나날이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당이 더 이상 부담을 안고 가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정우택 의원도 23일 페이스북에 “우 수석은 국민과 국회를 조롱하듯 자진 사퇴 촉구에도 끝내 눈과 귀를 닫았다”며 “현재 상황에서 남은 선택은 한 가지다. 대통령께서 우 수석을 해임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 ‘민심이반’ 해법 못 찾는 새누리당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8월 취임 이후 지금껏 침묵하던 이정현 대표도 우 수석 거취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을 22일 공개했다. 비록 이 대표는 “사퇴를 건의했다”는 자신의 말을 23일에는 “사퇴 건의가 아니라 여론과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전달했다”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제기된 ‘우병우 최순실 의혹’을 돌파할 방법이 ‘선(先) 검찰 수사, 후(後) 조치’밖에 없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정진석 원내대표도 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불출석과 관련해 야당과 우 수석 고발 조치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의혹을 덮으려고만 하다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비박계에서 시작된 ‘박 대통령 비판 원심력’이 여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에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북관 검증’ 공세도 주춤한 상황이다. 당장 새로운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문 전 대표와 야권을 향해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진 국가적 사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는 기존 프레임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순실 의혹에 대해선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마무리될 경우 여론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수사 지켜보자’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와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경제·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론 결집과 국회의 국정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정연설에 최순실 의혹 및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할 때 야당 측이 이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기존의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강력한 수사를 주문한 것이 여론의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당내 중진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느끼는 민심의 온도 차가 분명 있어 보인다”며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장택동 기자
#새누리#대통령#최순실#송민순#이정현#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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