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푼 물웅덩이에 아이들 밀어 넣은 극기훈련에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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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2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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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커다란 비단뱀을 푼 물웅덩이에 어린 아이들이 떠밀려 들어간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울며 소리치지만, 도와주는 이는 없다.

최근 말레이시아 영자매체 말레이메일온라인에 따르면, 페락 지역 안전 당국과 한 학교가 함께 진행한 극기훈련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많은 현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 영상은 이 극기훈련에서 진행한 한 프로그램 현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상을 보면 10~12세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물웅덩이로 조심스레 들어간다. 아이들이 앞으로 주춤거리며 나아가는데, 물웅덩이 바깥에 서 있는 성인 교관들이 커다란 비단뱀 두 마리를 아이들이 있는 물웅덩이로 던진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거나 소리를 지른다. 훈련에 쓰인 뱀은 독이 없는 종이다.

한 아이가 공포에 질려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외치지만 교관들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호스로 아이들에게 물을 뿌린다. 놀란 아이들이 겨우 로프를 붙잡고 탈출하자, 교관들은 “빨리빨리 들어가”라며 다음 그룹 아이들을 물웅덩이로 떠민다.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자 뱀 한 마리를 또 던진다.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몇몇 교관들이 웃는 소리도 들린다.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많은 현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지만 촬영해 최초 유포한 이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 극기 훈련 프로그램은 페락 지역 민방위 당국과 쿠알라 캉사르에 있는 한 학교가 함께 진행했다. 학생 45명, 코치 4명과 보조요원 6명으로 이뤄진 교관 10명이 참가했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중단됐으며, 교관 10명은 자격 정지 처분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민방위 당국 관계자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이번 사고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뱀에 독은 없다지만 이 같은 훈련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다.”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전시용 모조품이 아닌 이상 유해동물 사용은 금지돼 있다”고 전했다.

민방위 당국 측은 학부모에게 “보통은 살아있는 동물을 훈련 때 사용하지 않는다. 교관들이 너무 열성적이어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며 “10년 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 같은 일이 처음 있는 일이지만 우리의 실수다. 다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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