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세균 의장, 美서 시계 400개 뿌려”… 정세균 측 “전임자도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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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국회의장 막장 충돌]
與 “이름 박힌 시계선물 선거법 위반… 딸 만나려 샌프란시스코 일정 추가”
정세균 측 “공식일정… 딸이 찾아와 만나”
해임안 표결때 “우리 송영길 최고 잘해” 與 ‘야당 편향 정세균 발언 2탄’ 공개도

與, 의장공관 앞 밤샘 농성… 정세균 의장은 부재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29일 오전에 이어 저녁에 다시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을 항의 방문해 정세균 의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與, 의장공관 앞 밤샘 농성… 정세균 의장은 부재중 새누리당 의원들이 29일 오전에 이어 저녁에 다시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을 항의 방문해 정세균 의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새누리당이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12∼19일 방미 일정 의혹을 제기한 건 ‘끝까지 가보자’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의 무기한 단식 속에 국정감사 보이콧(거부)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지만 정 의장이 미동도 하지 않자 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댄 것이다.

○ 국회의장 ‘일탈’ 의혹 제기한 새누리당

 이날 의원총회에서 포문은 김진태 의원이 먼저 열었다.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정 의장이 “우리 송 최고 잘하더라”라고 말하는 의장석 발언록 ‘2탄’을 공개한 것이다. ‘송 최고’는 23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다. 김 의원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방미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은 다음 발언에 나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제기했다. 그는 “(동행한) 6박 8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3당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정 의원(정 의장을 이렇게 표현)과 부인은 1등석을 탔다. 경비와 부인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요청을 했지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의원 부부만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는데, 공식 일정은 17일 오후 2시에 끝났고 18일 오후 3시 반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며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딸을 만나기 위한 개인 일정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방미 대표단 명의의 선물도 아니고, 정세균 이름이 박힌 시계를 교민들에게 배포한 것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의장실은 즉각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수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미는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의 공식 초청이었고, 부부 동반이 외교적 관례”라며 “공식 순방은 대통령, 의장, 국무총리 부부는 함께 1등석을 제공하는 것이 외교부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의화 전 의장도 아프리카, 유럽 순방 때 부인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시계 선물에 대해서는 “방미 예산에 공식선물 제작비 항목이 있다”며 “과거 강창희 김형오 정의화 전 의장도 해외 순방에서 시계, 스카프, 자개함 등을 선물한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제기하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지역구(서울 종로)와 관련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샌프란시스코 일정이 추가로 잡힌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지 취재진에게도 사전에 공개한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17일 실리콘밸리 동포 기업인 및 과학자 간담회, 한국의 날 행사, 한국전 참전 기념비 추모 행사 등의 일정이 끝난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인데 샌프란시스코∼인천 직항은 매일 오후 1시 30분 비행기밖에 없어 18일에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17일 일정이 끝난 뒤 (정 의장의) 딸이 호텔로 찾아와 만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굳이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집어넣은 데는 딸을 만나려는 의도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방미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동행했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 뉴욕 일정까지 함께 소화했다. 이후 정 원내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귀국했고, 박 원내대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일정을, 정 의장은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남은 일정을 각각 소화했다. 정 의장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했던 정 의장이 관례라는 이유로 과거 행태를 반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시계 제로’ 국회

 정 의장은 이날 외부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더민주당은 “국회의장에 대한 모욕과 비방이 도를 넘어섰다”(추미애 대표)며 정 의장을 거들고 나섰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의장까지 맞물린 극한 대립으로 국회의 파행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을 연이어 만났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정 의장이 출국하기 때문에 주말쯤 여야 3당과 의장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송영길#정세균#여당#새누리#미국#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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