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부담금에 발목잡힌 마을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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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분별한 증차 막으려 2년전부터 한대 늘릴때마다 부과
134개 업체 신규도입 27대에 그쳐… 황금노선 이용객 늘어도 속앓이만

 
28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앞에서 시민들이 마을버스에 오르고 있다. 운행 대수가 부족해 30∼40분씩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 마을버스 업체들은 증차부담금 때문에 버스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앞에서 시민들이 마을버스에 오르고 있다. 운행 대수가 부족해 30∼40분씩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 마을버스 업체들은 증차부담금 때문에 버스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마을버스 ‘고무줄 배차’를 해결하기 위한 증차가 시급하지만 대당 8000만 원에 이르는 증차(增車)부담금이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민의당 최판술 서울시의원(중구1)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시내버스 차량 인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마을버스 134개 업체가 새로 도입한 버스는 27대에 불과했다. 현재 서울에 운행 중인 마을버스는 총 1611대다.

 마을버스 업체들이 새로운 버스 구입을 꺼리는 이유는 서울시가 부과하는 8000만 원의 증차부담금 때문이다. 서정학 소망운수 대표이사(전 서울시마을버스조합 이사장)는 “마을버스 한 대를 늘리려면 서울시에 8000만 원을 내야 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노선이라도 증차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증차부담금을 도입한 것은 2004년 버스체계 개편 때다. 2005년 2500만 원에서 시작해 2014년부터 8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 때문에 134개 업체 중 상당수는 추가 버스 도입을 포기한 채 운영하고 있다.

 마을버스 업계는 “서울시는 마을버스에서 8000만 원을 받아 시내버스 줄이는 지원금으로 3500만 원을 쓰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내버스를 200대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시내버스 회사가 한 대를 줄이면 지원금으로 3500만 원을 준다.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줄이는 것은 2005년 준공영제 실시가 계기가 됐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시가 노선과 운행 대수에 관여하고 조율하는 대신 버스회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버스회사가 운행 대수를 늘릴수록 적자 노선의 손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는 것이다. 반면 마을버스는 여전히 개인 운송업체들이 노선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 마을버스 업계가 “서울시 운영제도가 다른 만큼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똑같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피해를 보는 쪽은 이른바 ‘황금노선’의 마을버스 이용자들이다. 버스회사는 이용자가 많아 배차 간격을 줄이고 싶어도 증차부담금 때문에 증차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하철과 시내버스 이용자는 매년 줄어들지만 마을버스 이용자는 대폭 늘었다. 서울시가 2015년 교통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5년 93만 명이었던 마을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5년 12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자는 2005년 454만 명에서 2015년 440만 명으로 줄었다. 교통카드 요금 환승시스템으로 이용객 부담이 줄어든 데다 동네 곳곳으로 신규 노선이 생긴 것이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최 의원은 “시민 편의를 위한 마을버스 증차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완화하거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마을버스#증차부담금#황금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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