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굿 효험 없어도 무속인 사기죄로 처벌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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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의 효험이 없어도 무속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굿을 하는 이유가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위해서란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한모 씨(46·여)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한 씨는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도 굿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씨는 2009년 10월부터 2011년 5월 사이 9차례에 걸쳐 총 2억644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에 '한 씨가 굿을 했다고 해도 원하는 바를 이뤄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내용을 추가해 항소했다. 한 씨가 객관적·실질적 효험이 없는 굿을 마치 효험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취지다.

한 씨는 의뢰인들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올해 사망할 수 있다", "삼신할머니한테서 아이를 점지 받는 굿을 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굿은 논리의 범주에 있다기보다 영혼·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며 "의뢰인이 어떤 결과 달성을 요구하기보다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무속인이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관적 의사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무속 행위를 행했다면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뢰인을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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