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더민주 “통신자료 영장 의무화”… 소속 단체장은 3만여건 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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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지자체장 ‘이중 행태’ 논란

 201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통신 3사로부터 7만 건이 넘는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받았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시군구 역시 무더기로 자료를 받아 간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더민주당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받아 국민 사찰 우려가 크다”며 이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올해 주요 처리 법안으로 선정하고 당론으로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정당은 ‘제한’ 추진 vs 지자체는 ‘제출’ 요구

 동아일보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북)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로부터 영장 없이 받은 통신자료는 7만907건이었다. 통신자료에는 가입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이 기간에 서울과 경기 지역 기초지자체가 받은 통신자료는 전체의 77%인 5만4663건이다. 이 중 단체장이 더민주당 소속인 기초지자체가 요청해 받은 통신자료가 3분의 2 정도(66.1%)인 3만6149건이다. 더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은 서울 구청장 25명 중 20명이고 경기 시장·군수 31명 중 17명이다.

 경기 부천시는 올 상반기에만 통신자료 3680건을 영장 없이 받아갔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전체 수령 건수의 71%다. 부천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만수 시장이다.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는 지난해 2076건을 받았다. 통신자료 요청과 제출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신경민 의원의 지역구다. 정당은 통신자료 조회를 인권침해로 규정했는데 같은 당 소속 기초단체장은 수년간 통신자료를 받아 업무에 활용했다.

 지자체들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받아가는 이유는 불법 옥외광고물 단속 때문이다. 보통 전화번호만 표기된 불법 광고물 단속을 위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광법)’에 따라 수시로 통신자료를 요구해 가입자 이름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남이 하면 ‘국민 사찰’, 내가 하면 ‘국민 보호’

 이른바 ‘통화내역’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가 모두 기록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말한다. 이는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조회가 가능하다. 반면 통신자료는 가입자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처음부터 특정인물을 지목해 자료를 받을 수 없다.

 더민주당은 통신자료라도 개인의 동의 없이 국가기관에 넘어가고 있고 사후에 해당 개인에게 통보가 없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올 3월 당시 유기홍 의원과 장하나 의원이 자신의 통신자료가 조회된 것을 두고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을 제기하다 유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피소됐다. 더민주당 주장대로라면 같은 당 소속 지자체가 받고 있는 통신자료 역시 개인정보 침해 요소가 같다. 그러나 불법 광고물 단속을 비롯해 감염병 예방, 선거사범 수사 등 다른 법에 따라 통신자료를 받는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전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받고 있다. 올해만 콜레라와 C형 간염 때문에 통신자료 2만9338건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2012년 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의 선거사범 조사를 위해 189건이 제공됐다.

 수사기관에 비해 지자체는 통신자료 관리체계도 허술하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미래부가 조회 실태를 점검해 기록하고 검찰과 경찰은 각각 조회 7일, 2개월 뒤 삭제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관리 기준이 제각각이다. 더민주당 소속 이해식 구청장이 있는 서울 강동구는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890건을 요청하고도 수령한 내용을 기록, 관리하지 않았다.

○ “정치 공세 아닌 국익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인권을 앞세워 영장주의를 내건 야권이 필요에 따라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수사 과정을 보장하지 않으면 국익침해 사건 수사도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미국, 영국도 조회를 허용한 뒤 사후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더민주당의 당론은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은 “국민 개인정보 문제를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이용해 사회 불신을 키워서는 안 된다”며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차길호 기자
#지자체장#통신사#더민주#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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