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가정폭력’…가정보호 사건 접수 폭증,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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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가정폭력 관련 사건이 2만 건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법원이 25일 발간한 2016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사건'은 2만131건으로 전년(9489건)의 2배가 넘었다. 가정보호사건은 부모와 자녀, 배우자 등 가족 내에서 벌어진 가정폭력 범죄를 형사처벌하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공권력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이 법원에 송치해 가정법원에서 접근 제한, 보호관찰, 치료위탁 같은 보호처분을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가정폭력은 사실혼을 포함한 배우자 관계에서 일어난 것이 10명 중 9명꼴(87.6%)로 가장 많았고, 부모-자녀 관계가 11.3%로 뒤를 이었다. 죄명별로는 상해·폭행(84.4%)이 압도적이었고 협박(8.0%)과 재물손괴(6.4%) 순이었다.

가정보호사건 접수가 급증한 것은 '가정폭력을 더 이상 개별 가정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범죄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이 경미한 가정폭력 사건을 법원에 가정보호사건으로 적극 송치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정폭력을 신고해도 경찰입건조차 되지 않았지만 최근엔 검찰에서 넘어오는 접수 건수 자체가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보호사건 자체가 많아진 만큼 처분을 내리기 전 임시조치를 처방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가정법원은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의료기관 위탁 등 임시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데 지난해 처리된 가정보호사건 가운데 43.4%가 여기에 속한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사건도 지난해 12만5356건으로, 9년 전인 2006년(6만3973건)에 비해 약 2배가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사건이 복잡해지고 형사방어권 등에 대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일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총 636만1785건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했으며 2013년 이후 2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채무를 받아내는 민사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채무자가 버티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야 했지만 법원 게시판에 채무 지급을 요구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법적효과가 생기는 채무독촉 공시송달 제도가 시행돼 관련 소송이 크게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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