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이주민에 노래로 힘 주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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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언어로 다문화 음악방송 신현웅 이사장 개국 8년 맞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을 때 앰프에서 흘러나오던 한국 가요를 들으며 폭염을 견뎌냈습니다. 한국에 있는 결혼이민자나 유학생도 자기 나라 음악을 들으며 힘을 낼 거라 생각했어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3일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73·전 문화관광부 차관·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하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신 이사장이 사우디에서 더위와 싸우던 당시 중동 건설 붐을 따라 건너간 14만 명의 한국 근로자와 외교 공무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건설 현장과 사무실에서 한국 가요와 가곡을 찾아 들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르는 사이 한국은 노동력을 수출해 돈을 벌던 나라에서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일자리를 찾으러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결혼이민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 웅진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신 이사장은 이주민을 위해 그들의 모국어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면서 그 나라의 음악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덜어주는 방송을 만들기로 했다.

웅진재단이 방송국인 ‘디지털스카이넷’과 함께 인터넷과 스마트폰, 케이블TV 등 6개 매체로 내보내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아랍, 러시아 등 8개 언어로 24시간 진행된다. 17일은 이 방송이 탄생한 지 8주년 되는 날이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의 인기는 계속 치솟는다. 인터넷 누적 청취자만 연 3700만 명 수준이다. 스마트TV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횟수도 10만 건에 이른다.

신 이사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해 외국의 동화를 한국어와 외국어로 읽어주는 ‘엄마나라동화’를 2010년 시작했는데 다문화가족뿐 아니라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한국 청소년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외국인들의 방송 참여를 늘리기 위해 올 10월경 ‘외국인 노래 경연대회’와 ‘다문화 자녀 골든벨’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다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주민들을 잘 포용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다문화 음악방송#디지털스카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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