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1월 실전테스트 받는 용평알파인경기장, 이제 벌목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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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긴급점검]경기장-기반시설 공사현장 가보니

올 2월 강원 정선군 알파인 경기장에서 남자 알파인 스키월드컵이 열렸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첫 테스트 이벤트였다. 다행히 대회는 별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비탈면과 주요 시설의 안정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대회가 진행된 사실이 경기가 끝난 뒤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감사가 진행된 때는 3월. 하지만 비탈면 보강 방안은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이달 17일에야 ‘사면안정성검토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 눈앞에 다가온 국제 인증, 테스트 이벤트

스키월드컵은 아찔한 순간을 수없이 넘긴 끝에 개최됐다. 슬로프와 곤돌라는 설치 공사가 지연돼 최종 점검일도 늦춰졌다. 외국 선수들은 “과연 경기가 제대로 열리겠느냐”고 걱정하며 개막 직전까지 참가 여부를 고민했다. 겨울올림픽 개최국의 체면이 한순간에 구겨질 판이었다. 결국 휴일도 잊은 채 밤낮없이 공사를 진행한 끝에 기적적으로 국제스키연맹(FIS)의 코스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 다른 종목의 테스트 이벤트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등 나머지 테스트 이벤트는 대부분 내년 1, 2월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월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각 국제경기연맹의 인증을 거쳐야 한다.

겨울스포츠는 얼음과 눈 위에서 열리는 만큼 여름스포츠에 비해 자연환경과 시설, 장비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시설, 코스 등의 안전 문제가 중요하다. 종목별 국제경기연맹이 점검을 거듭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회 전 마지막 겨울을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도 평창은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도와 조직위는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해외 인사들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찬사를 보냈다. 모든 준비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느긋한 모습이다.

1998년 지어진 용평 알파인 경기장은 용평리조트가 운영하던 슬로프 일부를 국제규격에 맞게 보완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공정 60%가 마무리돼야 한다. 내년 1월에 테스트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달 초에야 겨우 벌목을 시작했다. 공정 0%에 현장 사무소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취재진이 18일 공사 현장을 찾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아직 진입도로도 공사 중”이라며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공정이 42%에 불과하다. 이전 겨울올림픽들과 달리 이번에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과 올림픽을 같은 경기장에서 열 예정이다. 그만큼 코스의 난이도와 안전시설을 꼼꼼하게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위 관계자는 “아직 마무리 공사와 사후관리를 담당할 업체를 확정하지 못해 해외업체 중에서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지역의 강한 바람도 걱정거리다. 감사원은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비롯해 알펜시아 설상경기장의 조명타워들이 강풍에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내년 1월까지 신규 및 기존 조명타워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설상경기장에서의 테스트 이벤트는 내년 2월 3일 시작된다. 스키점프센터(65%)는 강한 맞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만들어졌다. 2009년 대륙간컵 스키점프대회에서 미국 선수가 추락하는 등 스키점프는 강풍 관련 사고가 잦은 종목이다. 조직위는 일본 업체와 계약을 맺고 11월까지 대형 방풍막을 완성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정이 빠듯하다. 방풍막을 계획대로 설치하면 한 달 뒤 연맹의 인증을 받고 2월 초 테스트 이벤트를 치러야 한다.
○ 내부시설 등 곳곳이 지뢰밭

공정이 비교적 빠른 편인 경기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강릉하키센터(공정 91.4%) 등 빙상경기장들은 감사원으로부터 발전기 시공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상용 디젤발전기의 배기가스 온도가 섭씨 500도 안팎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견디지 못하는 부자재를 사용해 가스가 누출되거나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9월까지 추가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공정 88.3%)는 당초 올 2월 국제경기연맹으로부터 테스트 주행과 인증을 받을 계획이었다.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수공법으로 만들어져 초반에는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하지만 정작 공식 인증 기간에는 얼음을 얼리는 핵심 시설인 냉동 플랜트가 고장 나 일부 구간의 얼음이 녹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공식 인증은 10월로 미뤄졌다. 한국 대표팀 역시 국내에서 연습하려던 계획을 접고 해외로 출국했다.

올림픽의 상징인 올림픽플라자(개·폐회식장)는 지붕이 완전히 열린 구조로 설계돼 논란을 빚었다. 고도가 높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은 올 2월 평균 기온 영하 4.1도,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였다. 하지만 단 네 번의 행사만 열리는 시설에 돔 천장을 짓기 위해 수천억 원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개방형 구조를 택했다. 문제는 관람객들이 혹한과 폭설을 견딜 대책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 조직위 관계자는 “방한패드나 우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한 IOC 직원도 ‘우비가 오리털 점퍼보다 방한 효과가 좋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평창=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평창올림픽#적자대회#국제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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