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디젤 잠수함으로는 北 SLBM 저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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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장 지낸 문근식 예비역 대령
우라늄 0.2g 실험 파문뒤 올스톱, 北 핵위협 현실화… 상황 달라져
의지만 있다면 4000t급 개발 가능

“국가적 의지와 결단만 있으면 2020년까지 4000t급 핵추진 잠수함(핵잠)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핵잠 건조사업(일명 362사업)에 참여했던 문근식 해군 예비역 대령(해사 35기·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사진)은 29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북핵 위협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362사업단장을 지낸 그는 2003년 당시 핵잠 건조사업이 무산된 배경도 소개했다. 362사업으로 이름이 붙은 것은 당시 노 대통령으로부터 사업 재가를 받은 날짜인 2003년 6월 2일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 등 회원국을 사찰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0.2g 분리 실험이 드러나면서 핵잠 사업은 ‘올 스톱’됐다.


“그 사건은 핵잠 사업과는 무관했지만 한국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지고 핵잠보다는 다른 전력을 갖추자는 군내 여론에 밀려 제대로 반론도 펼치지 못한 채 (362사업은) 흐지부지됐습니다.” 해군 생활 32년 중 22년을 잠수함 관련 분야에서 일한 그는 2012년 전역했다. 당시 핵잠 사업이 계속 추진됐다면 현재 핵잠을 보유해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문 국장은 이제는 북핵 위협 속에서 다시 핵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잠의 연료인 20% 미만의 농축우라늄은 국제적으로 상용 거래되는 물품이고, 핵무기 제조를 금지한 NPT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 미만의 농축우라늄을 무기급 핵무기 원료(농축도 90% 이상)로 만들려면 별도의 재처리, 농축시설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이런(무기화) 시설이 없습니다.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핵 위협에 맞서 핵잠을 건조한다는 명분과 논리가 충분합니다.”

일각에선 척당 1조 원이 넘는 핵잠보다는 디젤추진 잠수함 여러 척을 보유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문 국장은 잠수함 전대장을 지낸 경험을 들면서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SLBM을 실은 북 잠수함을 수중에서 365일 24시간 밀착 감시하며 ‘총(SLBM)’을 쏘지 못하게 하면서 유사시 적 항구를 봉쇄하려면 디젤잠수함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중 속도가 3배 이상 빠르고, 무제한 잠항 능력을 가진 핵잠의 질적 우위를 디젤잠수함의 양적 우세로 상쇄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slbm#핵잠수함#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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