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서 반대할 줄은 몰랐다”… 안이했던 정부, 꼬이는 사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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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지역구 이철우 정보위원장 “반대하면 옮기니 시위 격렬해져… 특급기밀을 공개하면 어떡하나”
與, 들끓는 TK민심에 전전긍긍… 김천주민 1만명 24일 궐기대회

김천 “사드 결사반대”… 심각한 與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철우 의원(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위 사진). 정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 지연과 관련해 야당을 비판했고, 이 의원은 사드 배치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사드 배치 제3의 후보지로 언급되고 있는 경북 스카이힐 성주골프장 인근 지역인 김천시 농소면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렸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 / 김천=전영한 기자
김천 “사드 결사반대”… 심각한 與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이철우 의원(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위 사진). 정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 지연과 관련해 야당을 비판했고, 이 의원은 사드 배치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사드 배치 제3의 후보지로 언급되고 있는 경북 스카이힐 성주골프장 인근 지역인 김천시 농소면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렸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 / 김천=전영한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정부의 스텝이 점점 꼬이고 있다.

정부는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성주군 초전면·이하 롯데골프장)으로 사드 배치 지역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성주군의 이전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TK(대구경북) 의원들을 만나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 20여 일 만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은 더 거세질 형국이다. 롯데골프장 북쪽은 경북 김천시 농소면이다. 골프장에서 북쪽으로 7km 거리엔 공공기관과 아파트 학교 등이 몰려 있는 김천혁신도시(율곡동)가 있다. 반발 주체가 김천 주민으로 바뀐 것이다. 기존 성주 주민 가운데 강경파와 외부 세력까지 합세하면서 사드 반대 세력의 몸집은 더 불어났다. 이들은 24일 1만여 명이 참여하는 사드 배치 반대 궐기대회를 연다.

김천이 지역구인 국회 정보위원장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 만나 “경북 칠곡에서 반대하니 성주로, 성주에서 반대하니 사실상 김천이나 다름없는 지역으로 사드 배치 지역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게 김천 주민들의 생각”이라며 “이번에도 세게 반대하면 옮길 것이라고 믿으니 반대 시위는 더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천 주민들이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면 왜 성주에서 김천으로 옮기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TK 지역 여론이 벌집 쑤신 듯 들끓으면서 여권은 난감한 상황이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사드는 특급 비밀무기인데, 이런 무기를 어디에 배치할지 공개적으로 밝히는 나라는 없다”며 “북한 정찰총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파악해야 하는 것을 우리가 다 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즉각 사드 배치 지역을 원점 재검토하고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개인 의견”이라면서도 “우리 당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정부가 애초 성산포대를 사드 배치의 최적지라고 밝혔다가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예견된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핵심 인사는 성주 배치 결정 이후 국방부 고위 인사를 만나 “주민 설득 없이 왜 이렇게 빨리 결정했느냐”고 물으니 “TK가 반대할지 몰랐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정부가 처음부터 안일하게 대응해 사태를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민과의 소통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새누리당이 느닷없이 ‘사드 비밀 배치’를 주장하고 나선 건 국가 안보보다 지역 여론에 기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아산정책연구원이 16∼18일 성인 1000명(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찬성(53.6%)이 반대(36.4%) 의견을 웃도는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 기자
#사드#김천#이철우#tk민심#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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