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스님 “돈 밝히는 한국 불교 떠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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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기복신앙 전락에 실망…외국인 승려는 조계종의 장식품”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인 현각 스님(52·사진)이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해는 승려 생활을 한 지 25년째인데 주한 외국인 스님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일 뿐.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8월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해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부도탑 참배, 지방 행사 참석, 그리고 이별 준비를 할 것”이라며 “환속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불교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선불교를 돈으로 환산되는 기복신앙으로 전락시킨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항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돈). 참 슬픈 일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계룡산 국제선원(숭산국제선원)에는 정말 사부대중 생활, 정말 합리적인 교육, 유교 습관이 없는 환경, 남녀·국적 차별 없는 정신, 기복 방식을 최소 사용하는 기도 정진, 신도들을 무식하게 사용하지 않는 together-practice(공동 수행)가 있다”며 한국 불교에는 반대 현상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최근 2, 3년간 7∼9명의 외국인 승려가 환속했다”며 “나도 요새 내 유럽 상좌들에게 (조선시대에 어울리는 교육을 하는)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 한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하버드대 대학원을 다니던 중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1991년 출가했다.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독일 뮌헨에서 불이선원을 운영 중이다. 자신의 출가와 수행 이야기를 담은 책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해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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