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Topic]사랑스러운 초록 마녀가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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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날아올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날 막을 순 없어/ 한계는 무너졌어 내 길을 갈 거야/ 시도하기 전엔 누구도 알 수 없어.’
뮤지컬 ‘위키드’가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초록 마녀 엘파바와 미워할 수 없는 글린다의 통통 튀는 매력도, 1막의 끝을 장식하는 넘버인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의 강력함도 여전했다.

국내 공연은 원 캐스트 위주의 해외와 달리 하나의 배역을 여럿이 연기하는 멀티 캐스트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뮤지컬 좀 본다’ 하는 관객에게는 원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날짜에 맞춰 티켓팅을 하는 것도 고민거리. 뮤지컬 ‘위키드’는 그런 고민할 시간을 덜어준다. 어떤 조합으로 보더라도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은 박혜나와 차지연, 금발 마녀 글린다 역은 정선아와 아이비가 맡았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가 원작이다. 작품은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아는 초록 마녀가 사실은 선한 마음을 가졌고, 인기 많은 금발 마녀가 사실 공주병에 내숭 덩어리라는 발칙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뮤지컬에서 시골 소녀 도로시는 목소리로만 등장할 뿐이고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모두 ‘조연’에 그친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부터 우정을 키워온 두 마녀는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진다. 이때 글린다가 엘파바를 예쁘게 꾸며주겠다며 부르는 ‘파퓰러(Popular)’는 엘파바의 대표곡인 ‘중력을 벗어나’와 함께 작품을 대표하는 발랄한 넘버다. 무대 위쪽에 설치돼 꿈틀거리며 포효하는 12.4m의 ‘타임 드래곤’부터 환상적인 에메랄드 시티와 더욱 화려한 무대 의상 덕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기기에 좋다.

브로맨스 일색인 공연계에서 여성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루는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다수 뮤지컬에서 대표적인 넘버는 남성의 몫이고, 그나마 넘버가 주어지는 여성 캐릭터는 ‘사랑받는 존재’ 혹은 ‘사건의 부속물’에 머무를 때가 많다. 직업적으로도 공주가 아니라면 직업여성 등 하층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170분 내내 온전한 자신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엘파바와 글린다를 만날 수 있다.

원작 소설은 뮤지컬보다 좀 더 무겁고 더 긴 이야기를 다룬다. 에메랄드 시티와 마법 책 ‘그리머리’, 그리고 마녀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뒤적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2019년에는 휴 잭맨 주연의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 제작진의 손을 거친 영화 ‘위키드’도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볼거리는 계속 늘어만 간다.
8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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