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굴기’… 대형업체 2곳 정부 주도로 ‘빅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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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유니, 우한신신 지분 과반 인수
글로벌 시장 한국 추격 발판 마련

‘반도체 굴기(굴起)’를 선언하고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자국(自國)의 대형 반도체 기업 두 곳을 합치는 ‘빅딜’을 단행했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국영 반도체 기업인 우한신신(武漢新芯·XMC) 지분 과반을 인수했다. 중국 국립집적회로투자펀드가 인수협상을 직접 중개했다. 인수합병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로써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절대적 지원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말 자회사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세계 4위 낸드플래시 메모리업체인 미국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약 21조6000억 원)에 인수한 곳이다. 이와 별도로 12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XMC도 올해 3월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 240억 달러(약 27조6000억 원)를 들여 웨이퍼 월 2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5조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를 능가하는 규모다.

구원쥔(顧文軍) 중국 반도체산업연구기구신모공사 수석분석가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업체 간 합병은 국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구 분석가는 “현재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연구 수준은 낮은 상태”라며 “이번 합병은 연구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자사(自社) 반도체 생산 사업 부문과 XMC를 합쳐 ‘창장(長江)스토리지’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이 회사 사장직을 맡는다. 창장스토리지 나머지 지분은 중국국립집적회로펀드와 우한 시 정부가 보유한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이 20%에 불과한 만큼 수입 대체를 위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2014년 6월 메모리 반도체 수입 대체를 위해 향후 10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이번 합병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반도체#칭화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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