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권에 골몰한 여야, ‘1% 대한민국’에 분노한 국민을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0시 00분


코멘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어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선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대표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8월 9, 27일에 각각 잡힌 여야 전당대회 날짜나 출마 후보가 누군지를 아는 국민은 드물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위협 및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와 경제수치가 사상 최악기록을 경신해가는 안보·경제 복합위기,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진경준 검사장-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3각 커넥션이 극명하게 드러낸 ‘1% 대한민국’으로 여론이 들끓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그럼에도 자리다툼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에 국민 마음이 떠난 지 오래다.

새누리당에선 패권주의로 4·13총선 참패를 불러온 친박(친박근혜)계가 서청원 의원을 대표로 당선시켜 줄 세우기를 하려다 공천 회유·협박 녹취록이 드러나 여의치 않자 27일 회동으로 세몰이를 꾀한다. 비박(비박근혜)계도 김무성 의원 중심으로 세 결집을 기도하고 있어 8·9전당대회가 ‘서청원-김무성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모두가 집안싸움에 눈이 멀어 집권당의 책무를 방기(放棄)하고 있다. 여당은 필요하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를 해서라도 이미 고위공직자 검증 자격을 잃은 우 수석 비호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더민주당에선 송 의원과 김 전 위원장, 추미애 의원 등 대표 후보 3명 모두 어제 경남 김해에서 열린 김경수 의원 지역개편대회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대표 후보 모두가 정치 전면에서 한걸음 물러선 문 전 대표만 쳐다본다. 이런 전당대회가 왜 필요한가. 과거 야당은 노태우 비자금 사건처럼 판을 뒤엎는 폭로를 하거나 장외투쟁이라도 해서 정국 어젠다를 주도했다. 우병우-진경준 사건은 야당으로선 보기 드문 호재(好材)인데도 제1야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구도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총선 리베이트 사건 이후 지리멸렬 상태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고 정의한다. 작금의 정치는 이 중 단 하나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100% 대한민국’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은 오늘부터 휴가에 들어간다. 민생을 돌봐야 할 여야마저 ‘염불보다는 잿밥’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99% 국민은 1%만 기를 펴고 호사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절망한다.
#더불어민주당#송영길#김상곤#새누리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