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공무원시험 열풍의 주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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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 5년째 변함없는 1위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 직업 1위는? 역시 공무원.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은? 물론 공무원이다. 분열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세대불문 남녀불문 온 국민이 이렇듯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국론통합’을 이룬 사례는 흔치 않다.

▷‘공무원 고지’를 향해 구직자들이 총력 질주하면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뉴스의 주인공으로 종종 등장한다. 공무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청사 사무실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공시생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 5월 아파트에서 투신한 공시생 때문에 전남 곡성의 공무원은 만삭의 아내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 4월 국가공무원 9급 공채에선 선발 인원 4120명에 22만2650명이 지원해 역대 최다 응시자를 기록했다. 지방직 경쟁도 치열해서 광주광역시 9급 임용시험엔 변호사도 지원했다.

▷청년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다(5월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취준생 65만2000명 중 25만6000명이 공시생인데 일반 기업 구직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국가적 낭비란 말이 나오는데도 공시(公試) 열풍이 숨을 죽이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확실한 정년보장으로 일반 기업보다 오래 일할 수 있고 그만큼 안정적 수입과 높은 연금을 챙길 수 있다. “지금부터 딱 5년 공부하면 무조건 7급 된다면 하겠나?” “40세 이전에 붙는 거라면 대한민국 월급쟁이들 중 85%는 할 것 같은데….” 어느 공시생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한 공시생은 청춘이 공무원에 목매는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했다. ‘대기업에 가고 싶은데 실력은 안 되고 중소기업은 가기 싫다’ ‘웬만해서 잘리지 않는 직업 안정성에 보수도 대기업 초임 연봉과 차이가 크지 않다’ ‘남보다 높은 신분’을 예로 들었다. 허구한 날 신분 상승과 권력의 통로로 공직을 활용한 사람들이 신문지상에 실린다. 직업에 귀천이 있는 듯한 ‘착각’을 심어준 공직자들 처신이 공시 열풍의 주범이 아닐까.

고미석 논설위원 mskh119@donga.com
#공무원#공시생#청년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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