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오빠들, 여혐이에요?”… 일부 팬, 가사-트위터 글 해명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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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지만 동시에 이 땅의 여성”… 아이돌 팬덤 속에서 첫 문제제기
소속사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지적사항 향후 창작활동에 참고”

5월 트위터의 ‘방탄소년단 여성 혐오 트윗 공론화’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 1600회 이상 리트윗(공유)됐다. 트위터 화면 캡처
5월 트위터의 ‘방탄소년단 여성 혐오 트윗 공론화’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 1600회 이상 리트윗(공유)됐다. 트위터 화면 캡처
여성 혐오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아이돌 팬덤 안에서 처음 문제 제기가 나왔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여성 혐오 관련 가사와 트위터 게시글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5월 트위터에 ‘방탄소년단 여성 혐오 트윗 공론화’(twitter.com/bts_female_fan1)라는 계정을 만들고 활동 중인 김모 씨(29)와 정모 씨(25)는 동아일보에 “(방탄소년단 멤버) 랩몬스터의 ‘농담’과 방탄소년단의 ‘Miss Right’ ‘호르몬 전쟁’ ‘Converse High’ ‘핸드폰 좀 꺼줄래’의 가사에 관한 소속사와 멤버들의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가사는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so 존나게 잘해 갑질/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농담’),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호르몬 전쟁’) 등이다.

이들은 또 방탄소년단 공식 계정의 트위터 게시글(‘내님들 내가 다 지켜보고 이씀 한눈 팔다 걸리면 이 카메라로 찍어버림 ^^ 모서리로^^ 정수리를 ^^’)의 폭력적 내용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각각 2014년, 2016년 방탄소년단의 팬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 씨와 정 씨는 “이 그룹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래 가사와 대중매체 콘텐츠에서 여성 혐오의 뉘앙스부터 때로는 물리적 폭력까지 체감하곤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대중문화 속 여성 혐오, 성역할 고정관념 고착화 콘텐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지코의 ‘Boys And Girls’를 비롯해 다양한 가사에서 이런 메시지가 보여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문제의식과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면 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팬과 스타 사이에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이번 사태는 팬 문화의 변화를 보여 준다. 스타를 감싸주기 바빴던 팬덤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향후 팬덤 문화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일 동아일보에 “작년 말부터 내부적으로 방탄소년단 가사 내에 창작 의도와는 관계없이 여성 혐오나 비하에 대한 오해 소지가 있고, 여성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빅히트와 방탄소년단 전원은, 가사와 SNS 콘텐츠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과 팬 여러분들께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방탄소년단#여성혐오#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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