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 이사 “이정현, 보도국장들에게 지시·막말 등 폭언 일삼아”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7월 1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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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대통령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현 KBS방송문화연구소 근무)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를 공개한 김주언 전 KBS 이사는 1일 “청와대는 KBS 보도 개입에 사과해야 하며 언론통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는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김 전 보도국장이 이 홍보수석에게 전화를 받으며 녹음한 내용을 이제야 공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김시곤 전 국장이 그 일로 인해서 회사에서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현재 징계무효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길환영 전 사장도 재판에 진행 중이다. 김 전 국장이 증거자료로 제출하려고 했던 내용이고 최근에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런 자료들을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국장께서 저한테 파일과 자료를 주면서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최근에 그 자료들이 특조위까지 공개가 됐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했고 김 전 국장을 설득 끝에 공개한 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파일은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오후 9시~10시경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이다. 공개된 분량은 각각 7분 24초와 4분 29초. 이 홍보수석은 “지금 이 시점에 정부와 해경을 두들겨 패서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KBS의 해경 비판 논조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KBS 보도가)과장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를 비난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며칠만 기다려 달라”, “(보도를)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다시 한 번만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전 이사는 청와대가 문제 삼았던 보도 내용에 관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 해경의 잘못된 부분이 7~8꼭지쯤 보도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보도를 줄여달라는 부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녹취파일 경우는 해군과 해경이 갈등이 있었다. 그 갈등에 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것 같았다”며 “당시 민간잠수사와 해경잠수사가 있었는데 누가 먼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그것에 관한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이사는 그날 이후로 실제로 보도가 줄어들었고 많은 부분에서 자제했다는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해군과 해경과의 갈등에 대해 해명하는 보도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 자체가 언론 통제고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라고 말했다.

근래에도 이런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고도 은밀하게 사적인 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그것이 청와대 홍보수석의 경우만 아니고 정부 관계자들 모두에 의해서 그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요청이나 압력을 받지 않으면 “인사 조치를 하든지 징계를 하든지 그런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는 “간부들이 이제 이걸 꼭 보도해야 되겠다고 항의를 하게 되면 ‘알면서 왜 그래’라며 자기 검열을 유도하는 형태로 언론 통제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이사는 이 전 홍보수석이 당시 전화를 할 때 보도국장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막말을 하는 등 폭압적인 내용이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보도국장에게 그런 식으로 전화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협박하고 그런 과정은 없었다. 이 홍보수석은 자신의 불찰이라며 이번 일을 넘어가선 안 된다. 청와대가 그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언론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 KBS는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장이 청와대나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배구조를 바꿔 국민들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대통령이 편집국장이나 사장이나 보도국장을 직접 임명한다면 얼마든지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보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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